[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의 집단 운송 거부로 물류가 마비되며 산업계가 침체 위기에 처했다. 특히 간만에 호황기를 맞은 조선사 노조까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최근 대한민국 산업계가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건조 납기일을 맞추기 버거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대우조선 노조에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가 이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이 노조들은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을 요구해왔는데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교섭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기본급 8만 원 인상, 격려금 300만 원 지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다음 달 7일 순환 파업을 하고 13일부터는 무기한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기본급을 최소 10만 원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 노조는 사측과 각각 20~30여 차례 넘는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다. 특히 노사는 임금인상분을 두고 뚜렷한 의견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 노조는 이날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 공동 파업, 7~9일 순환 파업, 13일엔 전면 파업을 통해 그 수위도 점차 높여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 3사가 공동 파업에 돌입하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5일 제33차 임단협 교섭에서 기본급 8만 원 인상 등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이 교섭안엔 △격려금 300만 원 지급 △생산기술직 정년 후 기간제 채용 확대 △퇴직자 최대 2년 추가 근무 △치과 진료비 연 50만 원 지급 △주택구매 대출 상환 15년으로 연장 등의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을 거부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임금 14만2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노동이사제 조합 추천권 도입 △치과 보철 치료비 연 100만 원 지원(2년간 적치) △부모 육아휴직 시 6개월간 평균 임금 20% 지원 △개인연금 통상임금 3% 지원 △중·고생 자녀에 대한 교육보조금 분기별 40만 원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측과 노조는 임금 인상분을 두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중공업노조도 원안에서 수정한 요구안을 만들어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업황이 호조세를 보이며 살아나고는 있지만 실제로 수익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인도가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의 경우 실적에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143억 원으로 4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누적 기준으론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지난 3분기 흑자전환(141억 원)에는 성공했지만 누적 기준으론 여전히 적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한 향후 선박 수주 전망도 불투명해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엔 어렵다"며 "이미 노조 측에 제안한 인상분(지난 3년 간 기본급 19만4000원 인상)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선박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중이다. 이를 막고자 사측은 노조 측과 최대한 협의해 합의안을 도출하겠단 목표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지난 29일 4시간 동안 파업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앞서 지난 21일 오후에 4시간, 28일 7시간 동안 파업했다.
노조는 기본급 6.4% 인상, 격려금 지급, 자기 계발 수당 지급, 국민연금제와 연동해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노조에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올 3분기 6278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기 때문에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 파업으로 조선업계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일손부족으로 인력보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에 수주 물량이 쏟아졌고 이를 본격적으로 소화해야되는 시점이지만 정규직·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며 "약 8년 만에 다시 찾아온 호황기인만큼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