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의 환율·금리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장기적 호흡으로 위기를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단기금융시장과 회사채시장 안정에 집중하는 한편, 은행을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입장이다.
간담회에서 모두발언 중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7일 뱅커스클럽에서 국내 금융 연구기관장과 '2023년 대내외 금융시장·경제 전망 및 주요 리스크요인'을 논의했다. 당국은 높아진 대내외 금융경제 불확실성에 발맞춰 내년도 금융감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간 기재부·금융위·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시장안정대책'을 마련·시행한 결과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됐다"면서도 "향후 불안심리가 재확산될 수 있으므로 긴장감을 가지고 면밀히 살펴 시장불안 발생시 적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단기금융시장과 회사채시장 안정에 감독역량을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권의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도 유도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PF 사업장과 기업 자금사정 등을 점검해 정상 사업장 및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강화와 자본확충 유도 등도 지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거듭된 예금금리 인상으로 빚어진 '역 머니무브'에 대해서는 "역 머니무브에 따른 급격한 자금쏠림도 완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래정 LG경영연구원 부문장,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박종규 금융연구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남수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날 국내 금융 연구기관장들은 주요국 통화 긴축에 따른 고금리 상황이 점진적이지만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금융권으로의 손실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종규 금융연구원장은 "2023년에는 국내 및 해외 주요국의 긴축적인 통화·재정정책, 경기회복 모멘텀 약화 등으로 국내외 경제성장률(GDP)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올해 2.6%에서 내년 1.7%로, 글로벌 GDP가 올해 3.2%에서 내년 2.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박 원장은 "대외적으로 해외 주요국 통화긴축, 러-우 전쟁 장기화, 취약 신흥국의 부채 리스크 등이 잠재돼 있다"며 "2023년 중 금융시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잠재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신흥국은 금리인상 장기화 시 부채 부담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긴축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대내적으로는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 한계기업의 신용 리스크 확대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경우, 부동산 경기 침체, 금리상승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저신용기업 등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게 현안으로 꼽혔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은 "2023년 중 단기자금시장(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의 신용위험 상승 가능성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업권도 녹록지 않다. 국내외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진 만큼, 내년 중 보험산업의 성장 둔화와 손해율 상승이 점쳐진다는 의견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연금개혁, 비급여 진료항목 관리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험산업의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부위정경(扶危定傾)이란 말처럼, 위기는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잘못됨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금융감독원도 단순히 이번 위기를 넘기는데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금융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기회로 삼아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과 제도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