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마비시키는 새민련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직무유기 및 횡포
▲ 박종운 연구위원
지난 5월 12일 국회는 단 3개의 법안만을 처리했다. 소득세법개정안, 지방재정법개정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개정안이 그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등 수많은 법안들을 심의하고 처리했건만, 법사위원장이 결재를 하지 않음으로써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하고 상정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새민련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자신의 안을 관철하기 위해 위원장 결재를 저지 작전의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60여개의 법안이 있음에도 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고 본회의에 넘기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한 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이 지금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발목 잡혀 있다”고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대로 이는 국민의 대표이기를 망각하고 당리당략으로 일관하는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직무유기이자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법체계 및 자구에 대한 심사를 마쳤으면, 그 법안은 지체없이 본회의에 부의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던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2주 만인 5월 20일이 되어서야 늦장 전자결재를 했고, 5월 국회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회 사회권도 위임하지 않은 채 회기 중에 외국 출장을 나가 국회를 또 다시 마비 상태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모습이 선진화된 국회의 모습인가?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또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데 힘을 모야야 할 국민의 대표라면, 당리당략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온당한가? 이런 당리당략적 행태는 헌법 “제46조 ②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조항의 위반이 아닌가? 또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별명을 가진 현 국회법 정신과도 동떨어진 후진적인 행태가 아닌가? 진정 선진화된 국회에서라면 당리당략적인 법안 주고받기를 위해 민생법안들의 처리를 막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국회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의 국회선진화다
법사위원장의 이러한 직무유기 및 횡포는 국회선진화법 이전 여소야대 시대의 나눠먹기 식 자리배분의 유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치러진 1988년 4.26 총선에서 4당체제가 형성되었는데, 처음으로 다수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국회내각제 나라들처럼 사실상 야당 주도의 연합이 국회 구성 시 힘을 발휘하였다. 협상 결과 13개 상임위를 증설하여 16개 상임위로 만들고, 의석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민주정의당(노태우) 7인, 평화민주당(김대중) 4인, 통일민주당(김영삼) 3인, 신민주공화당(김종필) 2인으로 나누었다.
여소야대가 사라진 이후에도 이러한 나눠먹기 식 상임위원장 배분은 계속되어왔는데, 그것은 한편으로는 야당에 의한 여당의 일방 독주 견제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것이 정치 책임 소재의 애매모호함을 불러왔다. 누가 잘못해서 국민들이 어렵게 되었는지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여야 합의로 개정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 이 마당에는 나눠먹기의 잘못된 전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제 국회선진화법으로 법안 심의 종결 및 표결을 위해서는 3/5(60%)의 동의가 있어야 함으로써 다수당의 일방적 독주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다수당에 대한 견제는 국회선진화법에 맡겨두고, 그동안 실종상태에 있던 책임정치의 원리도 회복시켜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자리를 이용하여 국회를 마비상태로 몰고 가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자 국민적 불행이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들에게 호소하여야 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서 다음 선거에서 이긴다면, 그 여세를 몰아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법을 다시 개정하는 것이 의회주의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국회 구성시에는 국회직을 국회의원들의 투표로 뽑는 것이 국회법에 규정된 내용이다. 의석수대로 분할하는 법규정은 없다. 그것은 관행이었을 뿐이다. 이 관행으로 인해 정치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가 불분명하다면 총선에서의 심판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책임정치를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잘못된 관행을 차제에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책임국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 단계 국회선진화의 길이다. 내년 총선 이후 새로운 원 구성 시에는 나눠먹기 관행을 반드시 종식시켜야 한다.
중요 법안 신속처리 위해서는 각 교섭단체의 대표의원(혹은 간사 의원)에게 자기 교섭단체 소속 의원 제출 법안의 심의 순서 변경권을 ‘명시적으로’ 주어야
▲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등 수많은 법안들을 심의하고 처리했건만, 법사위원장이 결재를 하지 않음으로써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하고 상정도 되지 않았다. 이는 새민련에서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자신의 안을 관철하기 위해 위원장 결재를 저지 작전의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다른 한편 중요하고 시급한 법률안이 제대로 그 경중완급에 따라 심의 처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국회의 법률안 심의 시에는 접수 순에 따르게 되어 있다. 국회법에 의하면 “제76조(의사일정의 작성) ①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요청된 안건의 목록을 그 순서에 따라 작성하고 이를 매주 공표하여야 한다. ② 의장은 회기 중 본회의 개의일시 및 심의대상 안건의 대강을 기재한 회기 전체 의사일정과 본회의 개의시간 및 심의대상 안건의 순서를 기재한 당일 의사일정을 작성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순서는 변경할 수 있다. 국회법에 의하면 “제77조(의사일정의 변경) 의원 2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본회의에 대한 규정은 상임위원회에도 준용되기 때문에 상임위에서는 위원장이 상임위 내 교섭단체 간사 의원과 협의하여 순서를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당이 아닌 교섭단체 소속의 위원장이 순서 변경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각 교섭단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안이 그 시급성 및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할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신속처리제를 통해서 시급한 현안을 우선 심의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그 지정 요건 자체가 지나치게 어렵게 되어 있다.
안건 신속처리와 관련된 국회법 부분을 보면, “제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 ①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체계·자구심사를 위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포함한다)을 제2항에 따른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이하 이 조에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라 한다)를 의장에게, 안건의 소관 위원회 소속 위원은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명한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소관 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지체 없이 신속처리안건지정동의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심의를 종결하는 경우에는 반대당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하여 무제한 토론(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국민을 위해서 중요하고 시급한 법안이기 때문에 심의 자체를 앞당기자는데 그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혹은 상임위 간사 의원)이 자신이 속한 교섭단체 소속의원의 제출법안 등의 순서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의안 순서 변경권을 명시적으로 주는 경우는 신속처리제와 달리 부작용도 없다. 안건 신속처리제는 처리 기한이 180일로 못박혀있고, 심사를 마치지 못해도 다음 단계로 자동적으로 넘어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강행 부실 심의의 소지가 다소 있지만, 의안 순서 변경권에는 심의 개시만 있지 마감 시한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등에서도 감독은 선수들을 교체하거나 타순을 변경하거나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팬들을 위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더욱 분명해진다. 이처럼 국회에서도 국민을 위한 입법 노력이라는 ‘경기’ 자세를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순서변경 권한까지 명시적으로 얹어줌으로써, 국민을 위해서 법안 심의 처리 시 경중완급을 더욱 확실하게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대표기관이면서도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국회를 거듭나게 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