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국내외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식투자를 지속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증시 대기성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약 2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가파른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식투자를 지속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속하게 떠나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달러환율 급등 등을 위시해 이유는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상실됐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최근 상황에 대한 가장 정확한 근거는 금융투자협회 자료에서 포착된다. 금투협 홈페이지에 공시된 수치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6조674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48조6191억원보다 4% 감소한 것이고 연초 70조3447억원 대비로는 무려 33.65% 감소한 수준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쇼크가 증시 반등으로 이어졌던 지난 2020년 7월(47조7863억원)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통상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대기성 자금 성격을 띤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 계좌에 남아있는 돈을 집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고 나가고 있다는 점 역시 확인된다. 개인들은 지난 10월 코스피 시장에서 2조7040억원어치를 팔았고 지난달에도 4조17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은 은행예금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 금리가 4%대를 넘어서자 주식보다 안정적인 정기예금으로 ‘머니무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무려 47조원 넘게 늘어났다.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 또한 800조원을 돌파하며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채권 투자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장외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9조54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조5012억원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거래소의 장내 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5500억원까지 합하면 20조원이 넘어간다.
정기예금과 채권 투자 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금리상승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자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의 메리트는 크게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영향도 있지만 ‘금투세 논란’ 등 주식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식투자에 대한 매력을 계속 떨어뜨리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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