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시선은 이미 내년도인 2023년을 향하고 있다. 22일인 이날까지를 포함해 올해 폐장까지 불과 6거래일을 남겨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어느 지표를 쳐다봐도 긍정적인 징후를 찾아내기 힘들기에 그렇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도 증시전망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내놓고 있다. 문제는 고(高)의 정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거래대금은 빠져 나가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갖는 테마조차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호재가 나와도 종목별로 잠시 수급을 받았다가 주가가 다시 빠지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추월하는 역전 현상이 관측되고, 정치권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을 기어이 세밑까지 끌고 오면서 충분히 관리가 가능했을 리스크의 덩치를 키워 놨다.
국내 증권사들 "내년 증시 상저하고(上低下高)"
이 가운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도 증시전망을 ‘상저하고(上低下高)’로 내놓고 있다. 문제는 고(高)의 정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 가운데서 내년 코스피 밴드 전망치를 가장 높게 잡은 곳은 DB금융투자인데 밴드 상단이라 해봐야 2930이다.
희망밴드 상단에서조차 3000을 넘겨 잡은 국내 증권사가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올 연말 증권가의 특징이다. 하물며 밴드 하단을 보면 더 암울해진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내년도 코스피가 2000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상저하고’ 전망의 근본 원인은 역시 미국에서 출발한다. 미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 그 이전까지 국내외 증시의 유의미한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는 미 금리인상이 종료될 경우의 기대감을 암시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2분기 이후 통화정책 완화 기대에 금리와 환율 안정화가 이어지고, 전 세계 경기 회복과 반도체 실적 개선을 통해 코스피도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수 증권사들이 유망업종으로 꼽은 분야는 반도체‧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2차전지와 폐배터리 섹터 등이다. 인공지능(AI) 역시 언제나 유망업종으로 지목되는 분야이며, 윤석열 정부의 원전 드라이브 정책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안정지향 투자 트렌드…만기 매칭형 ETF '주목'
직접 종목투자에 나서기 꺼려진다면 상장지수펀드(ETF)나 채권 투자 등으로 눈을 돌려볼 이유도 충분하다. 주식보다 안정적인 채권 투자의 인기는 올해 하반기 투자 트렌드를 보여주는 중요 지표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새해 유망 업종으로 2차전지와 폐배터리, AI 섹터와 만기 매칭형 채권 ETF, 금‧은 투자 등을 조언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23년 주식은 박스권 장세, 채권은 점진적 강세를 전망해 채권이 주식 대비 아웃퍼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만기 매칭형 채권 ETF 투자를 조언했다. 만기 매칭형 채권 ETF란 만기 없이 계속 리밸런싱되는 채권 ETF와 달리 만기가 부여돼 만기일에 ETF 해체 및 최종 분배가 진행되고, 이 시점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는 ETF를 가리킨다.
지난달 22일 처음 상장된 이후 국내 시장에 상장된 만기 매칭형 채권 ETF들은 아직 10여 종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년 이후 규모와 선택의 폭이 점차 넓어질 전망이라 향후 채권 매력도의 부각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은 기지개 켜고 부활할까
오랫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대표적 안전자산 금‧은의 부활 여부도 새해 투자시장의 관심사다. 특히 지난 10월 온스당 1700달러 선이 무너졌던 금 가격은 최근 다시 1800달러 부근까지 올라왔다. 이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인데, 경기가 부진하고 금리가 내릴 때 금에 대한 선호도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은 ETF 역시 최근 성적이 좋은 편이다. 시점을 최근 3개월로 잡으면 전체 ETF 중에서도 수익률이 20%를 넘겨 최상위권에 속한다. 국내에 상장된 은선물 ETF는 환 헤지 상품들이기 때문에 달러가격이 하락하는 타이밍에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우려하는 대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로 가고 있다면 금은 더 오를 수 있다”면서 “특히 장기 금리가 고점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금은 주식보다 먼저 좋아질 수 있는 자산”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