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교수 |
여기저기 창조경제, 혁신 등의 말이 무성하다. 식자층 치곤 한 마디씩 거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는 국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ICT에 접목하여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라고 정의하며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수립하여 2013년 6월 5일 발표한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를 통한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 실현'이라는 거창한 비전하에 3대 목표, 6대 전략, 24개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창업이 쉽게 되는 생태계 조성 및 꿈과 끼, 도전정신을 갖춘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 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주창할 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아리송했다 치더라도 2년이 지난 지금쯤이면 과연 ‘창조’(Creation)'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냐의 철학적인 질문은 차치 하더라도 창조경제가 과연 잘 돌아가고 있느냐 하는 질문은 던져봐야겠다. 청년실업은 앞이 안 보이고 경기는 나쁘니 국민들이 창조경제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는 국민의 ‘자발적인’ 창의성에 기반 한다. 창의성이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음이 ‘동해서’ 우러나는 것 아니던가? 여전히 잘 와 닿지 않지만 좀 쉽게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지 싶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만들어 애플과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 귀한 달러를 벌어오는 것은 창조경제이다. 하지만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를 일삼아 협력업체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는다면 이는 창조경제가 아니라 ‘파괴경제’라 할만하다.
▲ 국민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빛나도록 특성화 교육을 하고 격려해야 한다. 특히 공정한 게임 룰이 지켜지고 제대로 보상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좌절경제는 창의적 자세는 씨가 마르고 남 탓, 제도 탓하게 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자동차가 친환경자동차, 지능형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창조경제라면 현대차 노조원들이 파업을 일삼고 자신들의 자녀들도 대를 이어 채용되게끔 신분세습을 일삼아 이 땅의 청년과 부모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면 ‘좌절경제’라 할 것이다.
국가의 녹을 받는 국회의원과 공무원이 부정부패하고 복지부동하며 시민단체와 언론이 빛과 소금의 역할이 아닌 각종 불법과 유착을 저질러 우리 국민을 열 받게 한다면 ‘분노경제’의 주범이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은 스푼을 물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개천에서 태어난다. 안타깝지만 각자 타고난 환경이 다른 거야 어쩌겠는가. 똑 같이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가 다를 수 있음도 이해할 수 있다.
나름 열심히 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남 보다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가 못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도 이만 하면 괜찮아” 라고 자족할 수 있어야 살만한 세상이 된다. 공정한 창조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세상은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백날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질 형편도 없고 힘없고 백 없으면 죽으란 소리라면 좌절·분노·파괴경제로 치달을 수 있기에 위험하다.
경제는 제도가 아니라 경제주체(사람)가 움직인다. 그렇기에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해야 한다. 현 정부가 말하는 ‘창의성’이 에디슨,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같은 소수 몇몇의 ‘천재적 창의성’이 아니라 ‘보편적 창의성’을 뜻하는 것이라면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창의성 교육(다음 호에 연재)을 마련하여 학교와 일터에서 교육해야 한다.
그 위에 국민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빛나도록 특성화 교육을 하고 격려해야 한다. 특히 공정한 게임 룰이 지켜지고 제대로 보상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좌절경제는 창의적 자세는 씨가 마르고 남 탓, 제도 탓하게 되어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연 창조경제의 환경이 건강한가?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