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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연금법 '찔끔' 정부를 '통째' 먹겠다?

2015-06-01 11:2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성빈 변호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지난 5월 29일 새벽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밤새 줄다리기를 하던 중 뜬금없이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하길래 그 전모를 살펴보았다.

개정 전 국회법 제98조의 2 제3항은 아래와 같았다.

『③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 중앙 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국회가 만든 법률안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은 정기적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회법 조항이다. 필자는 법조인이지만 위와 같은 강력한 권한이 국회에 있었는지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국내 저명 헌법 교과서에 따르면 국회가 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으로는 ①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 ② 대통령 기타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 ③ 국정감사·조사, ④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내용의 소관 중앙행정기관장 통보, ⑤ 대통령의 일반사면에 대한 동의 등이 있다.

그에 비해 정부가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① 법률안 거부권, ②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의 국민투표 회부권한 등에 그친다. 그리고 정부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안의 취지에 위배될 경우 헌법재판소나 법원의 위헌·위법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정부가 제정한 시행령 등에 대해서는 그간에도 다양한 채널로 위법성 통제가 가능했던 것이다.

개정 후 국회법 제98조의 2 제3항은 다음과 같다.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글쎄다. 우선 개정 전과 개정 후가 다른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법률 불합치 시행령등의 통보 후 처리결과 보고의무’나 ‘법률불합치 시행령등의 수정·변경 요구 후 처리결과 보고의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기존의 국회법 제 98조의2 제3항에 어떤 부족함이 있어서 이번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인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청와대 홈페이지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법률위반 여부 심사는 사법부에게 부여된 고유권능이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입법 통제권한은 사법부에 최종 귀속되도록 헌법상 규정되어 있음에 반해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한은 직접 헌법 규정이 없다.

단지 국정감사나 국무위원 출석 요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제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정전 국회법 제98조의 2 제3항, 즉 국회의 소위 ‘법률 불합치 시행령등의 통보 후 처리결과 보고의무’ 또한 소극적으로 해석함이 옳았다. 실제 국회가 정부의 시행령 등에 대해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통보한 사례가 드물었음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국회법 개정안은 어떤 숨은 의도를 내포한 것인가. 결국 상임위에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고, 정기회의가 아니더라도 수시 문제점을 지적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개정 전 국회법이 시행령의 법률정합성이나 법체계상 문제점 등 거시적 차원의 의견제시 권한을 규정한 것이었다면, 개정 후 국회법은 그런 권한을 넘어서서 시행령 특정 조항에 대한 세부적 수정 요구 등 직접적 정부통제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견해에 따라서는 정부가 수정요구를 거부한다 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으니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임위의 의결을 거친 ‘수정·변경 요구’를 거스를 행정기관 수장이 누가 있을까. 오히려 정부 정책 수정요구에 반기를 든 국무위원에 대해서는 국회 출석 요구에 이어 해임건의까지를 강행할 또 하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협상과정에서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걸고 넘어졌다. 세월호 특위의 조사1과장을 민간에 이양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원내대표 주장이 그것이다. 양자를 연계하여 처리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는지 연금법안이 수월하게 처리되는가도 싶었지만 공무원연금법은 다시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혹을 달고 나타났다.

개정 국회법을 두고 여야의 해석이 다른 것도 문제이다. 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경우에 시행령을 고치자는 것도 아니고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정부에 요구하게 되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정부의 각 시행령이 법 위에서 작동하면서 입법권과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던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청와대가 삼권분립 원칙 훼손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일이 아니다”면서 시행령,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각종 행정입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그중에서도 조사 1과장 민간이양 문제 아닐까.

야당은 공무원연금법안을 처리하면서 가능한 모든 것을 얻어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페이크로 시작해 문형표 복지부장관 해임건의안과 세월호 시행령 개정의 미끼를 던지더니 공무원연금법 그것도 찔끔 받아주는 것으로 연금법 전투를 사실상 승리로 이끌었다.

압권은 대한민국 정부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면서 추진하는 정책마다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법률불합치 시행령등의 수정·변경 요구권’을 획득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전리품 아닐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마다 ‘법률’이라는 이름의 합법적 태클권한을 거머쥔 야당은 국회선진화법과 함께 이번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부를 전면적으로 압박해 나갈 것이다. 야당이 정부를 통째 넘겨받은 것에 다름 아니다 할까. 걱정이다.  /성빈 변호사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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