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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 통했나…은행권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

2023-01-13 12:0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 간 일련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 금융당국의 구두 압박 등에 못이겨 금리를 일제히 내리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우선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급여이체·신용카드 실적·예적금이체 등에서 우대금리를 최대 0.4%포인트(p)로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9%p 인하한다. 

은행권이 일제히 대출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 간 일련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 금융당국의 구두 압박 등에 못이겨 금리를 일제히 내리는 모습이다./사진=김상문 기자



농협은행은 오는 20일부터 변동형 주담대를 0.8%p 내리기로 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적용되면 금리는 연 5.12∼6.22% 수준으로 떨어진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고정금리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69%, 전세대출은 최저 연 4.55%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연 6%대였던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5.85%로 조정했고, 하나은행도 새해 첫날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75%p 내린 바 있다. 

소상공인 대출을 늘리고 있는 케이뱅크도 전날 개인사업자 대출인 '사장님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9%p 내렸다. 대출금리는 연 5.72~7.95%를 형성하고 있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행렬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에 따른 여론 비판이 심한 데서 비롯된다. 특히 은행들이 최근 '예금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올린다'는 비판에 시달리자, 금융당국도 이를 시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회의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하강 우려도 커지면서 서민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역할을 해온 은행권과 함께 감독당국이 서민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이 원장 발언 직후인 1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예대금리차 확대는)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제적인 예대금리차 확대가 급격한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만큼, 은행의 의도적인 예대금리차 확대는 현실적인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특히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0년만에 최소폭인 1.35%p(2022년 11월)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예대금리차는 2.07%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51%p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예금은 1년물 고정금리, 대출은 3·6개월 변동금리 비중이 각각 많아지면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변동 반영시점에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성은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대출금리는 곧 하향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은행연은 주담대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를 예로 들어 "12월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담대 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코픽스는 전달 취급된 예금금리 등을 집계해 익월 15일 발표하는 만큼,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오는 15일까지의 금리는 지난해 11월 기준 코픽스를, 16일부터는 12월 코픽스가 각각 적용된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3.50%로 조정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는데 예상대로 이날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25%p 인상)을 밟았다"며 "대출금리는 우대금리 조치가 상쇄됨에 따라, 종전 수준에 머물거나 소폭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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