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업황 둔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등 수익성 악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시설투자, 연구개발(R&D) 등이 효율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경쟁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은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의 평균(67%)보다 낮은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구성원이 웨이퍼 생산과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제공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약 5801억 달러로 전망되며, 올해는 전년보다 4.1% 줄어든 약 556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2022년 약 1344억 달러로 전년보다 12.6% 감소하고, 2023년에는 17%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 완화로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재고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이는 등 반도체는 초과공급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2022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미중 패권 전쟁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한파를 맞고 있다고 했다.
또 보고서는 글로벌 시총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의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개년도(2018~2022년) 효율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유지해오다 2022년에는 6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효율성 값은 대만 0.75, 일본 0.75, 미국 0.73, 한국 0.65, 중국 0.5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효율성은 2018년 0.87로 1위였으나, 2022년 0.6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값이 하락한 원인에 대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악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업황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에 미치는 요인들을 분석했다.
2018년 1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결과, 시설투자,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은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설투자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이 0.01%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구개발집중도가 1%포인트 증가하면 효율성이 0.57%p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 부채와 판관비는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R&D 및 생산시설 투자와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생산시설, 연구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인력 양성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