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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금리 상단 3개월만에 연 6%대로

2023-01-25 12:47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4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2주일여만에 연 7%대에서 연 6%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연 6%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기준금리 인상 정점론'이 부상하면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됐고, 이달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도 하락한 게 대출금리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를 두고 금융당국과 여론이 연이어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영향도 한몫한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단이 2주일여만에 연 7%대에서 연 6%대로 대폭 줄어들었다. 연 6%대 금리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600~7.148% 수준이다. 2주 전인 지난 6일 연 5.080~8.110% 대비 상단이 0.962%포인트(p), 하단이 0.480%p 각각 하락했다.

금리 하락을 두고 은행권에서 해석하는 의견은 분분하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시장금리 하락을 꼽는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고,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인식을 금융채·은행채 금리에 선(先)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은행권이 대출 준거금리로 삼는 금융채·은행채 3·6·12개월물과 3년·5년물 금리가 전방위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20일 연 3.776%를 기록해 지난 6일 연 4.104% 대비 0.328%p 하락했다.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20일 연 4.104%로 지난 6일 연 4.527% 대비 약 -0.423%p 하락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주로 금융채를 준거금리로 쓰는데 (1·5년물 외 모든) 금융채 금리가 전방위적으로 하락했고, (지난해) 12월 1일과 비교할 때 금융채가 1%p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부터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인하하면서 이달 코픽스 금리가 하향조정된 점도 크게 작용한다. 기존 주담대는 대부분 코픽스 금리에 연동돼 있는데, 수신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구조다. 

코픽스 기반 주담대 대출자(차주)들의 금리 부담이 극심해지자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안정화한 것이다.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20일 연 4.290%로 지난 6일 연 4.340% 대비 -0.05%p 하락했다. 

한 관계자는 "지금껏 수신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코픽스 금리도 동반 상승하다보니 기대출자들의 고통이 심했다"면서도 "수신금리 인하로 코픽스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대출자 금리도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당국의 구두개입도 한 몫 한다. 다만 최근의 금리인하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1%p 낮아진 만큼 은행도 1%p만 낮추면 되는데, 당국 압박에 따라 (우대금리 등으로) 0.2~0.3%p를 추가 인하했다"면서 "아무리 관치의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시장금리 하락이 7~8할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3개월여만에 다소 안정화된 대출금리가 안정세를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우선 미국의 금리 행보가 답보 상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선보이다, 최근들어 확실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도 올해 '금리인상은 제한적이거나 곧 끝날 것이다'고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파월 의장이 '연내 금리인상을 멈추고 방향을 전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상존한다. 현 상황이 일시적인 숨고르기라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의 행보를 한국은행이 그대로 따를지도 의문이라는 평가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끝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 이 총재의 발언이나 금리 결정 배경을 볼 때 국내 상황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 연준에서는 금리인상을 멈추고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피봇(pivot)'이 연내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기에 금리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최근 한은 스탠스를 본다면 미국 기조를 무조건 따르기 보다 국내 상황에 맞춰 종합적으로 보려는 시각이 좀 더 강해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가계대출이라던지 부채가 과다한 가운데 (한은이) 금리인상이 거시경제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미국의 방향을 다르게 가지 않겠지만 (인상) 정도를 다르게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파월도 이창용도 아무 말을 안 했지만 (현 금리 수준을) 정점이나 꼭지점으로 보는 건 위험해 보이고 잠깐 숨고르기로 봐야 한다"며 "금융시장이 해외 이슈들에 민감하다보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슈가 트리거가 돼 또 한 번 발작이 올지 모른다"고 전했다.

한편 시장금리 인하에 따라 예·적금 등 수신금리도 모두 3% 중후반대로 내려왔다. 은행 주요 상품별 1년 만기 기준 최고금리를 살펴보면,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9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3.90%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3.87%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3.86% 순이다. 예금금리 하락이 대출금리(코픽스)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했다가, 코픽스 연동 주담대 이용자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1년 전 코픽스 신규 금리가 0.9% 정도였는데 현재 4.3% 정도이니 1년 새 약 3.4% 가량 오른 셈이다. 예금금리는 더 내려가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예금금리는 작년 말에 너무 빨리 올랐다.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은행들이) 반드시 그걸 따라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약해진다면 현 수준을 유지할 뿐 더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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