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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고아성·이준, 그래서 살림살이 나아지겠니?

2015-06-06 08:0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그런 건 정부가 지원해주면 좀 좋아? 학생 부부 위해서 말이야. 그래야 마음 놓고 애를 낳지"라고 남편이 말하자 부인이 "그런 날이 올까 몰라"라며 씁쓸해 한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 장면이다. 생계 수단이 없는 딸의 가정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정부에게 해결책을 묻다니 요즘 말로 ‘노답’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심심찮게 ‘제도 탓’ ‘정부 탓’하는 대사가 등장했다. 사연은 이렇다. 가난한 고아성과 부자인 이준이 서로 사랑에 빠졌다. 아이도 낳았다, 아직 만 20세가 안 된 미성년자인데. 양쪽 집안은 당연히 뒤집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부자 시댁에서 살게 되지만 겪을 수 있는 온갖 갈등을 겪으며 이별의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했다. 부자 이준이 자신의 부모와 등지고 고아성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다.

풍족했던 생활을 접고 무일푼으로 시작하려니 막막하다. 교통비, 휴대폰 요금, 육아비를 벌어야 하는데 사법고시 준비까지 해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만한 게 정부다. 부모 자식 모두 제도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답답하다. 자신의 인생은 1차적으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둘이 좋아서 낳은 아이를 왜 정부가 책임져야 할까?

   
▲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고아성과 이준./사진=MBC
드라마에선 가정교사의 도움으로 고아성과 이준이 사법고시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정부가 못해 주기 때문에 대신 지원해 주는 거”라는 대사와 함께. 드라마는 이준과 고아성의 사랑이 세상에 없는 사랑인 양 미화하여 이런 부부를 지원해 주지 않는 정부를 나쁜 정부라고 규정한다. 물론 이준과 고아성의 사랑은 위대하다. 하지만 왜, 그 사랑을 정부가 지켜줘야 하는가.

정부 지원을 운운한 방송이 전파를 타자 기다렸다는 듯 ‘풍문 육아정책 비난, 정부 지원 있어야 애를 낳지’ 등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씁쓸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보육 정책에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있다. 그 의지는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채워진다. 뭘 더 어떻게 지원해 달라는 걸까.

이쯤에서 한번 현실을 되짚어 보자. 무상급식은 결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누리과정예산도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공무원연금개혁은 모두가 잠든 사이 미래세대에 빚폭탄을 떠안기는 야합(夜合)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시끄럽다. 나라 곳간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곳간을 채우는 건 국민 세금이다. 그래서 '공짜'란 결국 누구의 주머니를 턴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되면 조상 탓'이라더니 이젠 아예 대 놓고 '안되면 나라 탓'이다.

‘자기 선택, 자기 책임’이 미덕인 시대다. 이준과 고아성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정부 지원을 운운하는 것은 걱정을 빙자한 국가의 간섭일 뿐 도움이 안 되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발상이 전부인 양 나서는 사람들 덕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소란스럽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사고 친 미성년자를 반드시 지원해줘야 한다는 법 역시 어디에도 없다. 사회 곳곳에 번져 있는 나약하고 의존적인 생각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자. 성숙한 시민의식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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