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1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NH농협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리 급등으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급증하고 있어, 은행권의 '이익 나눠먹기'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성과급 총액이 1조 3823억원에 달해 1년 전 1조 193억원 대비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해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1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사진=김상문 기자
은행별 성과급 지급현황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670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국민은행 2044억원, 신한은행 1877억원, 하나은행 1638억원, 우리은행 155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도 성과급 규모는 농협은행이 610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 측은 "각 은행별 급여체계는 매우 상이하다"며 "(농협은행 자료는) 기본급을 제외한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된 계수로 급여체계가 다른 타행 계수와는 차이가 크다"고 해명했다. 또 "상여금, 성과급 등을 포함한 당행의 총 급여는 타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들 은행 중 성과급 총액 상승분이 가장 많았던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1534억원을 기록했다. 임원 중 최고 성과급을 받은 곳은 국민은행으로 나타났는데, 15억 7800만원에 달했다. 이 은행 직원이 받은 최고 성과급 2300만원에 견주면 약 68배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당해연도 발생 성과급이 이듬해 성과평가 확정 후 지급되는 만큼, 지난해 역대급 순이익을 경신한 이들 은행이 올해도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민·신한·우리 등 주요 은행들은 최근 희망퇴직 비용으로 직원 1인당 3억 4400만~4억 4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금에 법정퇴직금까지 더하면 1인당 6억~7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하는 것이다.
이자장사를 통한 역대급 순이익으로 성과급·퇴직금 지급 등의 '이익 나눠먹기'가 구현되는 셈이다. 실제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이자이익으로 39조 6735억원, 순이익으로 15조 8506억원을 각각 달성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은행은 공공재'라며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연일 비판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혹시모를 금융위기 긴장 속에서 은행권이 이익을 성과급·퇴직금·배당금 지급 확대에 나서기보다 곳간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궤를 같이 해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과도한 이윤추구 및 성과급 잔치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자금중개 기능을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등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과급과 관련해 그는 "금융사의 우수한 직원들의 기여를 통해 성장과 이윤창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 채안펀드 등을 통해 시장을 받쳐준 측면이 있고 금융당국의 역할과 다른 금융권이 도와준 부부도 있는데 그것을 오롯이 해당 금융사의 공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은행 성과급 제도의 적정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 6월 정부가 발의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근거해 성과급 체계를 개선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임원은 보수, 성과급의 총액, 그에 대한 산정기준 등을 연차 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장 금융사는 개별 임원에 대한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해야 한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경영진의 성과급 체계 적정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특히 현행법에 따라 '성과급 이연 지급제'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연 지급제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임원과 금융투자부문 직원의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2~3년 동안 나눠서 지급 받는 제도다. 이를 통해 단기성과에 치우치는 행위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황 의원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국민 대다수가 대출 이자 인상과 가계부채로 힘겨워하는 와중에 은행들이 성과급으로 '역대급 돈잔치'를 벌인 것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기침체로 은행 경영이 어려울 땐 공적 자금까지 투입했던 전례와 다르게, 사상 초유의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상생금융 대신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일침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