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들어 9조원 넘는 물량을 쓸어 담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속도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이는 점,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점,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정례 회의록 공개 등의 이슈를 앞두고 관망세가 지속 중이다.
올해 들어 9조원 넘는 물량을 쓸어 담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속도가 최근 주춤한 모습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국내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외인들의 순매수세가 최근 속도를 늦춘 모습이다. 이 가운데 시장은 우리 시간으로 이날 밤 공개되는 연준의 회의록,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외인들의 관망세는 국내 증시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도 그럴 것이 외인들은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를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 속도가 2월 들어 느려졌다는 점이다. 1월 5~11일에 걸쳐 1조5003억원, 1월 19~27일에 걸쳐 3조3474억원을 매수했던 외인들은 이달 들어 지난 13~17일에는 49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데 크쳤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환율이 다시 오르고 있다. 작년 하반기 1400원을 돌파한 이후 빠르게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1300원을 넘겼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인들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에 투자할 메리트가 다소 줄어든 면이 있다. 국내 주식을 달러로 환전했을 때 투자수익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오는 2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된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외인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할 인센티브는 또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은 오는 24일 발표되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도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러 상황이 국내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로선 아직 윤곽선이 보이지 않는 상승장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작년 한 해 세계 어느 시장보다도 많이 하락한 국내 증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다른 시장에 비해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을 지지하는 위원들은 올해 투표권 부재하다”면서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채권시장 변동성은 21년초 수준으로 되돌린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3월 FOMC 회의 이전까지 관망심리가 우세하겠지만 방어형보다는 경기회복 관련 업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환차익 매력이 다소 약화되었음에도 2월 이후 대형주 위주의 자금유입은 지속되고 있어 2차전지‧IT 중심 외국인 지분율 반등을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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