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중)
일명 조국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공정'이라는 화두에 힘입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돌발 악재가 터졌다.
윤 대통령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을 즉각 취소했지만 인사검증 난맥상이 더 부각되면서부터다.
정순신 변호사는 과거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및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을 당시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같이 근무한 바 있다.
결국 '공정'의 문제이고, 법적으로 제단하기 어렵다. 단순히 학교폭력 방지 차원도 아니다.
특히 법적으로 정 변호사가 떳떳하고, 대통령실이 기존 인사검증시스템상 법을 지키면서 정확히 확인할 도리가 없는 개인 정보라 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아들의 학폭 당시 현직 검사였던 정 변호사는 학교측이 전학 처분을 내리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일반 국민 시각에서 절대 우호적으로 볼 수 없는 행태다.
당시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피해 학생은 더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반면 정 변호사의 아들은 끝내 서울대에 입학했다.
1월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2023 정부 업무보고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번 사안이 심각한 것은 윤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라인의 맹점이 재차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모두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 또는 논란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제식구 감싸기', '검찰 공화국 아니냐'는 비판이 먹히는 지점이다.
인사검증라인과 함께 대통령이 인선시 고려하는 인재풀의 협소함도 마찬가지다.
검사 또는 서울대 출신이어야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로 쓴다는 신호가 거듭될수록 국민 정서와의 괴리감만 커진다.
지난해 7월 잇달아 '지인 찬스' 논란이 일어나자 '사적 인연'은 비선 논란이 아니라며 사실관계를 따지고 들었던 대통령실 모습이 지금과 오버랩된다.
학폭을 바라보는 2018년 검사의 시각과 2023년 대통령의 시각은 엄연히 달라야 한다.
대통령실은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인사검증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다.
향후 윤 대통령이 검찰 측근을 고위공직자로 기용하는데 주저함 없다면, 그 명분과 정당성·설득력을 완벽히 갖춰야 한다. 법적으로 맞다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인선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윤석열 정부가 '공정'이라는 가치를 계속 갖고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