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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무산은 ‘항복’”

2015-06-15 08:59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분쟁 상황을 두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항복'으로, 전세계 벌처펀드가 한국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황 회장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흐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가치 투자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양사 합병에 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허 부사장은 "삼성물산이 지주회사가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자산 가치로만 보면 합병 비율이 안 맞지만 시장이 평가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경제연구소도 지난 12일 양사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황 회장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국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삼성 말고도 현대차 등 다른 그룹들도 계열사 간 내부거래, 순환출자, 2·3세 승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난도 있지만 지배구조 문제는 압축 성장을 해온 기업들에는 중장기적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합병이 무산되거나 (삼성그룹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면 삼성의 평판, 대한민국의 평판에 먹칠을 하고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닌 취약성을 세계에 노정하게 된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특히 삼성물산의 1대 주주로 이번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직설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으로서는 향후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합병 발표 후 주가가 즉시 오른 것은 시장에서는 합병을 반긴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선진화나 외국 주주의 요구 사항에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합병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느냐, 저해하느냐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굳이 반대편에 서야 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황 회장의 첫 직장은 이번 분쟁의 중심에 있는 삼성물산이다. 황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에서 일했고 삼성증권 사장도 지냈다.

그는 "삼성물산 주가가 너무 방임 상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의도적으로 신경을 안 쓴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의심을 지울 필요가 있다.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놓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에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엘리엇의 공세는) 상 도의가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벌처펀드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엘리엇의 의도는 단기, 중기인지는 모르나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헤지펀드가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을 공격해서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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