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경총 전무 |
최근 우리기업들은 몹시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성장성이 크게 둔화되고 있고, 수익성 또한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발한 2010년 16.9%에 달했으나, 2011년 12.6%, 2012년 4.9%, 2013년 0.7%로 매년 낮아지다가 작년에는 -1.5%를 기록하여 감소로 전환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4.3%로 전년동기 대비 0.4%p 감소하여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3년(8.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둔화, 소비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 금리 인상 예고,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가능성, 중국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경제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우리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10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내수를 위축시켜 영세·자영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더해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시장 주요현안들로 인해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청년실업률이 10.2%(2054년 4월 기준)로 전체실업률(3.9%)의 두 배가 넘는 등 취업애로계층의 어려움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 2016년 적용 최저임금 79.2% 인상 요구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올해도 어김없이 고율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의 2016년 적용 최저임금 요구액은 시급 10,000원이며, 이를 인상률로 환산하면 무려 79.2%에 이른다. 특히 민주노총, 한국노총, 청년유니온 등 32개 단체가 구성된 최저임금연대는 지난 4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상세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2016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급 1만 원, 월급 209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경제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인상되어 온 우리 최저임금 수준과 유사근로자의 생계비, 기업의 지불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노동계의 요구는 과도한 수준이다.
2001년 이후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 8.8%
우리 최저임금은 지난 2001년 1865원에서 2014년 5580원으로 약 3.0배 높아졌다. 이는 연평균 8.8% 인상된 것으로 동 기간 명목임금인상률(5.2%)에 비해 1.7배 높은 수치이다. 또한 생계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상승률(2.9%)보다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동 기간 노동생산성(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 4.8%보다도 높은 수치로써 최근 최저임금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여 적정수준과 크게 괴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10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2001년 2.1%였던 최저임금 영향률이 2015년 14.6%까지 급증했다. 최저임금 영향률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근로자의 비중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나라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4~6% 정도인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14.6%)는 매우 높은 수치이며, 이는 전통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12.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결국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불과 10여년 만에 우리나라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격상시키고 말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의 임금을 동반 상승시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임금과 연동된 사회보험 등 간접인건비 상승까지 불러온다. 특히, 최저임금 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이 대부분 영세사업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은 그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98.1%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 87.6%는 3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을 넘어선 최저임금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취약계층의 일자리 상실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지나치게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매월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고정적인 수당’만을 합산하여 산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상당수 선진국들은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 산정에 산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팁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고정적 임금인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 실제 기업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 기업이 영세, 중소기업, 한계 자영업자 등에서 점차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까지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포함되는 실정이다. 물론 이들이 지급하는 임금총액이 최저임금 수준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임금이 200만원을 넘어섬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문제로 최저임금에 해당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임금 단신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법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정책대상 선정의 오류가 초래되고 있다. 정기상여금, 연장근로수당의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월 1,166,220원, 주40시간 기준) 대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수령하는 임금은 월 145만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최저임금법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는 근로자가 최저임금법으로 인해 임금이 크게 올라가고, 중소·영세 기업들이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형국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 대량해고 사태 재발 가능성 높아
▲최저임금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단순히 수준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대상이었던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함에 따라 대량해고 사태를 유발했었다. 논의 당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고용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나 법 개정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해고대란과 함께 해고된 경비원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었다. /사진=연랍뉴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단순히 수준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대상이었던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함에 따라 대량해고 사태를 유발했었다. 논의 당시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고용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으나 법 개정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해고대란과 함께 해고된 경비원이 자살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었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면서 2007년과 같은 문제가 재발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감시·단속 근로자가 재취업이 어려운 고령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일자리 상실은 단순 해고 이상의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노사가 모두 반대하는 택시 업종 최저임금법 개정
또한 택시 업종의 초과운송수익금이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는 개정법이 2009년 7월 특별시 및 광역시를 시작으로, 2012년 7월부터는 전 지역으로 확대 시행되었다. 개정법 시행으로 서울 등 광역시 택시업종의 기본임금은 대폭 상승했고, 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열악한 시 또는 군, 면단위 지역 택시업체는 법 적용 이후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결국 시군구 지역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 개정으로 인해 편법적인 근로시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의 불가피성을 노조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적용이 불가능한 택시업계의 현실을 고려치 않은 법 개정에 대해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들의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비효율적 결정체계로 노사갈등 및 사회적 비용 유발
현행 최저임금은 매년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로 결정되고 있다. 노·사·공익위원은 각각 9명으로 구성되며, 노·사 위원이 직접 표결에 참여한다. 이러한 방식이 표면적으로는 매우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나 입장 차이가 뚜렷한 이해당사자인 노·사가 결정주체로 참여하면서 격렬한 노사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과도하게 높게 결정되는 부작용도 초래되고 있다.
적정 수준 유지를 위한 최저임금 안정
고율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은 물론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고용기회를 빼앗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제의 부작용이 심화된 데는 무엇보다도 현행 최저임금제가 시대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에 기인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안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저임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저임금 단신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이미 달성하였으며, 오히려 지나친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월지급액 기준으로 환산한 최저임금액 1,166,220원(주40시간 기준)은 미혼 단신 근로자 중 소득 수준 하위 25% 계층의 생계비인 892,021원(최저임금위원회, 2015년)을 초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現 최저임금 수준은 단신근로자가 최저생계비의 개념을 넘어 어느 정도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표준생계비에 가까운 금액인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제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올해뿐만 아니라 최소한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안정이 불가피하다.
최근 무리하게 개정된 최저임금법 재개정
감시·단속적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택시 초과운송수입금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 등 최근 몇 년간 무리하게 개정된 법조항의 재개정이 필요하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량해고, 영세 택시업체의 폐업·도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그 특성상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것이 적절하나, 이미 시행된 법의 전면적인 철회가 어렵다면 적어도 감액 규정을 재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택시업종의 경우 최소한 도농 복합도시 및 군지역이라도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최저임금 적용범위 합리화를 통한 취약계층 고용안정 도모
열악한 노동시장의 현실과 다양한 취업계층의 구직수요를 반영하여 최저임금 적용대상과 감액적용 규정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급히 제도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최저임금 산정시 고정상여금, 현물급여, 숙식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 최저임금제가 중소기업의 입장을 반영, 보다 실효성 있게 논의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사전에 지급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소득을 제공한 경우 그 가액을 적절히 평가하여 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해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노사가 의결과정에 참여하는 현행 위원회 방식을 개편, 노사는 의견만 진술하고 최저임금을 정부가 직접 결정하거나 공익위원만으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최저임금이 감액 적용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하여 고령자 고용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정년이 57.1세(2010년 노동부)임을 감안할 때 최소한 55세(『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2조제1항에 따른 고령자)를 고령자 감액적용 연령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응 경총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