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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임금법, 고용절벽·대량해고 부르는 포퓰리즘

2015-06-16 09:08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메르스 사태로 국정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중요한 족적을 남겨 놓을 경제현안들은 여전히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자유경제원은 '국회입법쟁점'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입법이 진행 중인 법안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최준선 교수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주목했다.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은 만큼 긍정적인 취지로 볼 수 있는 법안이나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 즉 생활임금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자칫 포퓰리즘적인 분위기로 흘러갈 가능성을 최 교수는 우려하고 있다.

또한 최 교수는 "생활임금은 빈곤퇴치나 소득재분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정치인은 고용된 사람들만 인터뷰하고 그들은 언론에도 노출되며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히며 인기 영합주의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아래는 최준선 교수의 칼럼 전문이다. [편집자주]

 

   
▲ 최준선 교수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2014년 1월 16일 대표발의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2015년 4월 27일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법률」(이하 최저임금법) 제6조 제2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의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 신설하였다. 개정안은 앞으로 환노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거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울, 부천, 전주 등 이미 28개 지자체가 제정하였거나 준비중인 생활임금 조례의 법적 근거와 제도적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 개정안은 또 “미성년자에게는 최저임금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교부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추가했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나, 최저임금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임금은 근로자 평균 정액임금 대비 40%대 수준으로 저소득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인간적·문화적·기본생활의 유지·향상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근로자의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기본 생활을 유지·향상시킬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속 근로자 등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거나 이를 조례로 정하여 제도적으로 안착화하여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법률적인 근거가 없어 애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생활임금제도를 결정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이다.
 

   
▲ 결국은 똑 같은 파이를 몇 명은 조금 더 먹을 수 있지만 한 조각도 못 먹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난다. 정치인은 고용된 사람들만 인터뷰하고 그들은 언론에도 노출되며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최초로 발의한 의원입법의 원안은, “제24조의 2(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제도 시행) ①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으로서 근로자가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 생활을 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이하 이 조에서 “생활임금”이라 한다)을 정하여 그 지방자치단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임금의 최저기준으로 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 제104조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타인에게 위임하여 수행하게 하는 경우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소속 근로자에게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부칙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고 되어 있었다.

수정된 법안의 내용

위의 의원입법안이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내용이 수정되었다. 의원입법 원안은 최저임금법에 제24조의 2를 신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소위에서는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제2항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를 수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수정된 내용은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을 보장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로 되었다.

(1)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활임금’이라는 단어가 빠지고,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임금’이라는 용어로 대체된 점이다. '생활임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본다.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임금’은 바로 생활임금을 표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생활임금의 개념도 모호하였는데,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임금’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생활임금은 적어도 최저임금 이상이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제시된 셈이다.

(2)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본래 의원 입법안에서는 지방자치단체만이 대상이었으나, “국가”가 추가된 점이다. 생활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국민이 부담하여야 할 세금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3) 그리고 생활임금제의 시행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제의무조항’이 아니라 '노력조항’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지자체가 여유가 있으면 시행하면 되고 여유가 없으면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면 된다. 따라서 이를 위반하였다고 해서 벌칙은 없다. 그러나 국가나 지자체에게 노력한다는 것은 사실상 강제이행하여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노력하지 않았다면 노력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고 근로자를 이해시켜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차기에 다시 선택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국고와 지자체의 창고가 텅 비더라도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의 작용인 것이다.

법안의 긍정적인 면

근로자가 하루 10시간 이상 죽어라고 일 해도 생활이 안 되는 상황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입법취지를 보면,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한 이유가 근로자의 최소한의 인간적·문화적·기본 생활을 유지·향상시킬 목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선의에 대하여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서울시 성북구와 노원구의 생활임금제도를 보면, 생활임금은 근로자 평균임금의 58%에 달한다고 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평균임금의 34%인데 비하면 매우 높다. 이와 같이 생활임금제도가 실시되면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매우 안정된 생활이 보장될 수 있으므로 매우 고무적인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적용범위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자는 일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타인에게 위임하여 수행하는 경우에는 조례의 정함에 따라 민간 기업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 부분은 원안에서 삭제된 채 환노위의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만 적용되므로 그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화원 등 구청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에 한하여 지원된다.

예상되는 부작용

첫째로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이란 과연 무엇인가 개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액 역시도 모호한 개념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에서 일괄적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서 공무원들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계산하여 시행하기는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객관적인 수치를 계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최저임금 이상의 적정한 임금’, 즉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비에 못 미치므로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논자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에 문화, 주거, 사교육비, 교통비를 더한 개념으로 본다. 그리고 이 금액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포함시켜야 하는가에 대하여도 논란이 있다. 결국은 이것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책정할 것이지만, 역시 어떤 방법으로 객관적인 수치를 계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최소한의 공통적인 기준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적정임금 개념에 생활임금이 포함된다면 재정이 어려운 정부와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된다. 현재도 수많은 지자체가 적자가 누적되어 파산지경인 지방자치단체가 다수 있다. 생활임금제도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외에 정부 및 지자체 출자 및 공공기관에까지 확대한다면 안 그래도 부실덩어리인 공공기관 및 출연기관의 부실이 더 깊어진다. 지금도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정부와 지자체는 부실의 깊이는 더해가고 언젠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하여야 한다.

셋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민간근로자 간의 임금의 격차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화감이 문제이다. 이 법률은 당분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만 적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생활임금을 받는데,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최저임금만이 보장된다.

   
▲ 한국은 현재도 공무원 천국이다. 2015년에 들어서 공무원의 총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청소를 하더라도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여야 대접받는다는 자조가 나올 만하다. 이와 같이 공무원을 우대하는 사회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OECD 권고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일반 근로자의 평균 임금의 50% 이상이 되도록 책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34% 정도로 OECD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그러므로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근로자의 평균 임금의 34% 정도만을 받는데 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근로자의 평균 임금의 50% 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현재도 공무원 천국이다. 2015년에 들어서 공무원의 총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청소를 하더라도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여야 대접받는다는 자조가 나올 만하다. 이와 같이 공무원을 우대하는 사회분위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공공부문에서의 임금인상은 민간 기업에게도 파급될 우려가 다분하다. 법률이 개정되어 민간 기업에게도 적용될 여지는 항상 열려 있다. 일단 공공부문에서 시행한 후 이런 저런 핑계로 공기업에게, 결국 나아가서는 민간에게도 생활임금제도의 도입, 시행을 압박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국회가 무슨 일이든 못할 것인가. 국회가 압박하지 않더라도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도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일하기를 원할 것이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만큼의 생활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소상공인은 무언의 압력, 사회적 압력을 받아 매우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와는 달리 일반 기업에 근무하여 생활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기업에 임금인상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기업이 이를 수용하게 되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인상과 동일한 효과가 있게 되고,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을 교란하고 조세부담을 가중하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창업 의욕을 꺾어 경제생태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공공부분의 포퓰리즘 때문에 인건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창업도 유지도 어려워지며, 국가 경제에도 해악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섯째, 최저임금인상은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반면에 전체 실업률을 크게 증가시킨다. 생활임금제도 역시 예산을 이유로 비정규직마저도 사용하지 않을 수 있고, 실업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생활임금으로 보호받는 노동자는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고용되지 못하는 사람은 늘어난다. 생활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능률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조세수입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미리 책정된 인건비를 어떻게 배분하는가의 문제이다.

결국은 똑 같은 파이를 몇 명은 조금 더 먹을 수 있지만 한 조각도 못 먹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난다. 정치인은 고용된 사람들만 인터뷰하고 그들은 언론에도 노출되며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할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눈에 뻔한 그런 기사를 충분히 살려서 광고하고 자신을 홍보한다. 어리석은 국민들은 환호하며 그런 정책을 추진한 정치인에게 다음에 또 표를 몰아준다. 그러나 고용되지 못하고 음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예컨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아파트 경비원도 줄인다. 1명이 2개 동을 관리하게 만들 것이다. 가계소득은 늘어나지 않았는데, 비용은 늘어난다면 그 원인을 제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활임금은 직장이 있는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겠지만, 직장이 없는 대다수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권력 획득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형태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을 가려낼 줄 아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임금은 빈곤퇴치나 소득재분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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