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신고 완료 '첩첩산중'
신고센터 안내도 부실투성
"피해자 발품으로 실적 올리나"
[미디어펜=류용환 기자] 공포의 도로를 편안한 운전문화로 바꾸려는 경찰청의 보복운전 근절책이 겉돌고 있다.
단속 경찰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의 제보와 신고는 급정거와 끼어들기 등 보복운전행위의 근절에 절대적이나 신고와 제보가 '책상머리'위주인데다 접수 절차가 까탈스럽고 번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등은 지난 4월부터 보복운전 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자신의 차량 앞에 A씨(41)의 차량이 끼어들자 8km가량을 쫓아다니며 추월 후 급정거, 경적 울리기 등으로 A씨를 위협한 이모씨(33)가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지난달 13일 차선을 바꿔 끼어든 차량을 추월한 뒤 급정거해 6중 추돌사고를 낸 30대 운전자가 경찰에 입건됐고 작년 12월 경남 김해시 고속도로에서 보복운전으로 1명을 숨지게 한 화물차 운전기사 B씨(41)가 최근 구속됐다.
▲ 지난달 29일 서울 도봉구의 한 도로에서 차량 방향지시등을 미점등한 채 끼워드는 행위를 지적을 받은 한 택시 운전자가 상대 차량 앞에 급정거한 채 차선을 가로막고 있다. |
보복운전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차량을 통한 위협 행위는 무조건 형사입건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보복운전 신고 절차는 복잡했다.
최근 기자가 보복운전을 경험, 작정하고 신고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까탈, 번거러웠고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했으며 상당한 인내가 요구됐다.
◆멀고먼 보복운전 신고
보복운전 신고 절차에 대해 경찰청 182경찰민원콜센터에서는 사이버경찰청 경찰민원포털 국민신문고 접수, 경찰서 방문 등을 통해 신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국민신문고 보복운전 접수와 관련한 카테고리는 범죄신고, 교통민원 교통법규위반신고 등 상담직원에 따라 명확히 안내하지 못했다.
경찰민원포털 국민신문고 접수는 홈페이지 접속 후 보안프로그램 설치, 본인인증 등을 거쳐야 보복운전 신고가 가능하다. 이마저도 프로그램 설치 등의 이유로 시간이 지연됐고 사양이 나쁘지 않은 컴퓨터를 수차례 껐다, 켰다를 반복해야할 정도로 접근 속도가 느려지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사이버청 호환 PC 따로 찾는 불편도
경찰 요구에 따라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을 겨우 완료했지만 신고 입력창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다른 PC로 바꿔서야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사이버경찰청 홈페이지와 호환이 되는 PC를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 것이다.
보안프로그램 설치 후 신고 내용을 1시간 내에 입력을 완료해야하는 상황에서 첨부파일 용량은 90MB로 제한됐다.
블랙박스 영상 증거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한정된 용량에 맞춰야 파일 크기를 줄여야만 했다.
◆스마트제보 포기 후 아날로그 '발품팔기' 나서
보복운전 신고를 마무리할 무렵 해당 사이트에서는 ‘유사 사례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이후 ‘이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연결 자체가 무시됐다.
과도한 보안프로그램 적용 등이 신고 절차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이마저도 제대로 완료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스마트 국민제보’ 홈페이지를 통한 신고도 가능하지만 7일 이내 내용만 취급하고 있었다.
182센터 측은 “국민신문고로 신고가 가능하지만 전화로도 할 수 있다. 거주 지역 부근 경찰서 방문 신고도 가능하다”며 다른 보복운전 신고방식을 권유했다.
순간 '탁상 행정편의'에 대한 거부감과 불쾌감이 치밀었다. 신고를 작정하고 취재에 나섰으니 도중 멈출 수는 없는 법...
먼저 강북경찰서 민원실에 전화로 보복운전을 신고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증거자료 제출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또 국민신문고 신고를 하더라도 경찰 조서를 쓰기 위해선 경찰서에 적접 가야만 했다.
▲ 보복운전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는 사이버경찰청 국민신문고 홈페이지가 마지막 절차에서 접속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있다. |
결국 보복운전 신고를 위해 피해자가 반드시 경찰서를 방문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안내는 전무했다.
182센터에서는 교통조사계는 24시간 근무라 아무때나 보복운전 신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접수를 받는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두번 발걸음에 '안전 운전문화'는 언제?
서울 강북경찰서 교통조사계를 찾아 보복운전 신고를 해보니 영상 제출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보복운전 발생 날짜 및 시간 확인 과정, 담당수사관 안내 없이 기자의 전화번호와 이름만 메모지에 받아 적은 채 연락 드리겠다”는 말만 남겼다.
몇일 뒤 경찰서에서는 “조서를 써야 한다”며 강북서 재차 방문 사유를 전달했다. 보복운전 접수 후 재방문을 해야만 했고 기자는 경찰서를 찾아 1시간 가량 조서를 쓴 뒤에서야 보복운전 신고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운전 신고 절차가 그렇게 복잡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며 "경찰뿐만 아니라 국회도 보복운전의 심각한 폐단을 알고 있는 만큼, 신고 절차의 간소화에 대해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보복운전 근절은 '공포의 무법자'가 판치는 위험천만한 도로를 안전 최우선의 아름다운 운전문화로 바꾸어야 한다는 국민의 여망에 따른다.
살벌한 도로를 안전한 도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복운전 피해자의 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복운전은 상습적 불법행태이기에 피해 시민 제보의 창구를 활짝 열어놔야 단속도 수월하고 거증 D/B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찰청의 보복운전 근절 의지는 시험대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