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국민일보가 청와대를 향한 ‘미필적 오보기사’를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국민일보 홈페이지에는 <‘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뒷편에 A4용지!> 란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메르스 사태 관련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을 방문했을 때 사진 곳곳에 나와 있는 ‘살려야 한다’ 문구가 의도적 설정임을 의심하는 네티즌들의 주장을 기사화한 내용이었다.
국민일보는 박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과연 A4용지를 누가 붙였을까요? 서울대병원이 붙였을까요? 청와대가 붙였을까요? (…) 또 붙인 시점도 궁금합니다. 메르스 사태가 터진 이후일까요? 아니면 이전부터 붙어 있었을까요?” 등의 멘트를 달았다.
국민일보가 청와대에 적대적인 보도를 노골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짚이는 바’가 없지 않다. 안 그래도 국민일보는 최근 메르스 관련 정부 공익광고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기사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성 광고탄압이 아니냐’는 공세를 퍼붓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일보의 태도는 여러 가지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정부가 발주한 공익광고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쿨하지 못한 태도’다. 어떤 언론사든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그 회사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언론사에 광고를 발주하느냐 역시 광고주(정부)의 자유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도 결국 정부의 광고를 받고 싶었던 것이면서 광고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를 비난한다면 이중적인 태도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정부에게도 정부 나름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왜 모른 척 하는가?
둘째, 국민일보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악용해 ‘정부 흠집내기’에 역이용 했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은 오보를 수정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어떤 내용이 새롭게 보도될 경우 각 언론사들이 내용 확인 없이 ‘서로가 서로를 베끼는’ 행위에 경쟁적으로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오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야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일보의 이번 보도는 심지어 이와 같은 상황을 역이용한 것이다. 해당 문구가 서울대병원 측에서 자발적으로 붙인 것임을 알았으면서도 마치 청와대의 연출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인 줄 알지만 굳이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보도한 ‘미필적 오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초순 한국일보의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오보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손실을 야기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언론사의 잘못된 뉴스 하나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기묘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 오보에 대해서는 국민일보 역시 '메르스 감염 의사 사망 무더기 오보 물의'라는 비판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런 국민일보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오류다.
국민일보의 비상식적인 태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왜곡보도에 대한 항의를 해온 것에 대해서는 ‘정부의 부당한 언론탄압’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기’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선 정부와 관련된 그 어떤 기사라도 마음껏 써도 된다. 모든 형태의 정정요청을 무조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가?
국민일보는 기독교 사상을 설립이념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언론사다. 그런 국민일보마저 사실 확인 없이, 심지어 반쯤 고의적으로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일보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사랑·진실·인간을 중시하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다’고 적혀 있다. 작금의 행태가 과연 어떤 ‘진실’을 표상하고 있는가? 온 나라가 메르스 퇴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와중에 국민일보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뿐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의 언론탄압이 아니다. 국민일보가 청와대를 협박하고 있는 ‘청와대 탄압사건’이다. 국민일보는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정정보도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예의를 차리라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