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메르스 사태를 정리하는 두 가지 주안점은 이렇다. 메르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고 이에 따른 초동 대응도 미흡한 것이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메르스를 키운 건 사실 우리 문화와 뿌리가 닿아 있다. 무조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의식, 사촌에 팔촌까지 병문안을 가야 체면이 선다는 생각, 부모가 아프면 자식이 돌봐야 한다는 전통. 사실 이런 것들이 메르스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북적이는 응급실은 세균의 온상이나 다름없지만 막무가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415개 응급의료기관 조사에 따르면 주요 대형병원의 과밀화 지수는 대부분 100%를 넘는다.
▲ 메르스 키운 세가지는?…가족 간병 등 병 부르는 뿌리깊은 문화./메르스 꼭 알아야 할 10가지 |
대형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몰리는 만큼 응급실 대기 시간도 길다. 중증 응급환자가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옮겨져 치료를 받는 시간은 평균 6.3시간이 걸린다. 병원별로는 서울보훈병원 37.3시간, 부산백병원 18.5시간, 전북대병원 17.0시간, 서울대병원 16.5시간, 분당서울대병원 14.2시간이 걸린다.
간병문화도 문제다. 전문적인 지식을 받지 않은 가족, 보호자들이 의료진 대신 환자를 돌본다. 더욱이 1인1실도 아닌 다인실을 사용하다보니 가족, 보호자 모두가 잠재적인 환자가 된다.
가족이나 보호자는 환자 앞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환자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환자와 같은 상황에서 환자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문화가 이번 메르스 사태를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었다. 유독 가족 간 전염이 많았던 이유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남긴 교훈은 이렇다. 대형병원에 대한 맹신과 내 가족은 내가 돌본다는 간병문화, 그리고 이런 저런 병인이 다른 환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다인실. 이 모든 것이 메르스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작용했다. 병을 부르는 뿌리깊은 문화를 되돌아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