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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대손충담금 2배 이상 쌓는다

2023-04-24 13:26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대손충담금 적립을 작년 1분기 대비 2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후폭풍을 비롯해 최근의 경제위기로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부실이 두드러진 데 따른 은행권의 선제적 방어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부실 대출자(차주)의 부채 리스크를 고려해 충당금 적립을 주문한 바 있는데, 은행들도 이런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는 분위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대손충담금 적립을 작년 1분기 대비 2배 이상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충당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서 당국은 은행 충당금이 적정 수준보다 적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3년간 이어진 대출 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부실지표에서 착시를 빚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은행권은 1년 이내 대출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을 나타내는 '부도율(PD)'과 부도 발생 시 대출 중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 처리되는 비율을 뜻하는 '부도시 손실률(LGD)' 등을 기반으로 적정 충당금 적립 규모를 산출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축적한 PD·LGD 관측 데이터를 대체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권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에게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납부를 유예해줬다. 이 여파로 연체율과 부도율 등의 부실 지표가 지나치게 낮게 보이는 착시를 빚고 있다. 

당국은 통용되던 과거 10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당금을 책정하면 예상보다 적립규모가 적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경기 악화 여파로 중소기업의 부실이 우려되는 점도 거론된다. 이에 당국은 충당금을 산정할 때 PD 등을 보수적으로 추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이 대기업보다 낮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5대 은행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1월 0.08% 대비 0.01%포인트(p) 높아졌다. 지난해 2월 0.04%에 견주면 2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이에 당국은 2분기 내로 충당금 관련 규정을 개편하고, 3분기부터 규정 이행 여부를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권은 오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당초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배 이상의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은 각 5조 9368억원, 3조 234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 잔액 기준으로 각각 13조 7608억원, 8조 702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각각 7774억원, 3017억원이다. 올 1분기 이들이 2배를 적립할 경우 각각 1조 5000억원, 6000억원을 추가 적립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방침에 은행권도 대부분 수용하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는 불분명한 충당금 적립 기준과 주주들의 불만을 우려해 당국의 권고에 불편한 시각을 보였다. 

특히 은행의 감사를 맡고 있는 일부 회계법인에서 기준치 이상의 충당금 적립이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충당금이 활용되지 않으면 장부상 환입된다는 점에서 배임 우려도 덜어낸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초로 관련 권고가 나왔을 때에는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을 기준치 이상으로 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배임까지 언급됐는데, 충당금은 이슈가 해소되고 남으면 환입된다"며 "혹시 올 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한 조치인 만큼, 은행들이 대부분 수용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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