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반도체법 자료서 "과도한 동아시아 의존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한 반도체법(칩스 액트, CHIPS Act)의 입법 배경을 두고 미 의회조사국(CRS)이 미국의 과도한 동아시아 반도체 의존이 우려사항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30일 연합뉴스는 CRS가 내놓은 '반도체법 규정·시행 관련 자주 하는 질문'(FAQ) 제하 보고서를 인용하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미국이 동아시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공급망) 혼란에 취약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의원이 우려해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보고서는 미국이 1960∼1970년대 당시 반도체 발전을 선도해왔지만 이후 생산이 동아시아에 집중된 점을 언급하며, △각국 보조금 △낮은 운영비용 △기업들의 아웃소싱(외주)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 중 미국 비중이 1990년 36%에서 2020년 10%로 떨어졌고,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제·국가 안보적 이유로 이러한 추세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우려가 커졌고, △무역분쟁 △자연재해 △무력충돌 등으로 동아시아에서의 제조·수송에 혼란이 생길 위험을 주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및 그에 따른 반도체 공급 차질로 우려가 더 커진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미 의회 일각의) 우려는 일정 부분 미국 산업이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에서 대만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과 관련 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 기업들이 (설계만 하고 생산은 하지 않는) 팹리스 모델로 이동하고 해외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외주를 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업체 인수,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등을 주목했다. 반도체법에는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등을 통한 연구개발(R&D) 활동을 위해 110억달러(한화 약 14조 7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지난 25일 발표한 'NSTC 비전과 전략' 문건에 따르면 미 의회는 반도체 연구·설계·엔지니어링 및 첨단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위해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NSTC의 목표는 미국에서 최신 반도체 기술을 생산하고, 설계부터 상업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관련 인력을 훈련하는 것 등을 담고 있다. 

NIST는 이를 통해 미국에서의 반도체 제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 초소형 전자공학 생태계의 극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미국 및 동맹들의 국가·경제 안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