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해부터 기업가연구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기여한 기업가들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을 할 정도로 성장한 투명용기 제작기업 락앤락 김준일 회장에 대한 분석은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과 유승동 교수가 담당했다.
투명한 밀폐용기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된 '락앤락' 신화는 2000년대 말 국내 밀폐용기시장에서 점유율 70%를 돌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투명한 밀페용기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던 락앤락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함으로써 성공신화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물론 시장상황에 불투명한 지점은 여전히 존재해 앞으로도 락앤락 특유의 저돌적인 상황돌파가 지속적으로 요청되고 있기도 하다. 아래는 유승동 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투명한 밀폐 용기로 전 세계 100여개국의 음식문화를 바꿔 놓은 락앤락 김준일 회장./사진=연합뉴스 |
김치 냉장고의 등장으로 현재는 한 가구에 냉장고 한 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냉장고에는 물론 고기, 생선, 채소 등 다양한 신선 식품을 보관할 수 있다. 신선식품 뿐만 아니라 가열 조리한 식품 등 매일 먹는 음식 그리고 자주 먹지 않는 음식도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보관용기로 만족스러운 제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이 투명한 밀폐용기를 개발하기 이전에 다양한 브랜드의 밀폐용기가 존재하였다. 대표적으로 타파웨어에서 만든 '타파통’이란 것이 있었다. 타파통의 경우 해외제품으로 우리나라 소비자의 관심도 높았다.
당시 많은 가정에서 보물단지처럼 취급되었는데,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인 만큼 가격이 높았다. 국내 유사한 상품도 존재했지만 이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 이였다. 그리고 기존 밀폐용기는 불투명하여 뚜껑을 열지 않고 그 안에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밀폐용기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경우 다소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자주 꺼내 보지 않아 냉장고 구석으로 밀린 밀폐용기에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오랜 기간 동안 냉장고에 두어 놓았던 밀폐용기의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하여 열기를 시도하는 경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열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기존 밀폐용기 제품의 구조적 특징으로 닫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다시 열기는 매우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락앤락 김준일 회장이 투명한 밀폐용기를 개발하기 이전 시장조사에 따르면, 밀폐용기를 선택할 경우 대안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고 한다. 단지 진열대에 쭉 늘어져 있는 상품을 하나를 구입하였던 것이다 (차내훈 외, 2006).
그리고 해외에서 만들어진 밀폐용기는 우리나라 음식물의 특징 즉 국물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여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국물이 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소비자들은 국물이 새거나 말거나, 특별히 원하는 디자인도 없고, 원하는 색깔도 없고, 특별한 고민이 없고 가격이 싸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으로 밀폐용기를 구입했던 것이다.
작은 성공 그리고 불투명한 사업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은 “어릴 때는 꿈이 그저 맛있는 것 먹고 잘사는 거였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청년은 남대문에서 주방용품 판매사장으로 크게 성공을 하게 된다. 유통업체 설립으로 성공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주방용품을 직접 제조하기 위하여 '국진화공’을 설립하게 된다.
새로운 분야인 제조업에서 신규 사업을 시작하였던 김준일 회장은 당시 많은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음을 시인한다. 스위스 프랑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일본 엔화로 팔리는 원자재를 이용하였는데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시설 자금 이자는 계속 불어가는 '3중고’ 상황에서... 숨조차 못 쉴 처지에 빠져버렸다”고 한다.
작은 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에게 새로운 항해기술의 체득이 필요하듯, 유통업에서 (작은)성공을 이룬 김준일 회장이 제조업이란 새로운 분야에 수업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업은 불투명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투명한 밀폐용기
제조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김준일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1990년대 말 밀폐용기 시장으로의 진출을 발표한다. 넓은 바다로 항해를 준비하기 위하여 락앤락 호의 김준일 선장은 밀폐용기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다.
▲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김준일 회장은 투명한 밀폐용기인 락앤락을 개발하게 된다. 불투명한 밀폐용기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존 밀폐용기의 밀폐성능이 대폭 개선하게 된다. /사진=락앤락 홈페이지 |
대형마트, 할인점, 시장을 직접 방문하고, 소비자들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시장조사 활동을 진행한다. 당시 밀폐용기가 실용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과 기존 제품들이 불투명하여 그 안에 내용물을 알 수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해 한다는 점을 인지하게 된다. 기업가는 우연이라기보다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조사활동을 통하여, 소비자들의 불편 즉 요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하여 김준일 회장은 투명한 밀폐용기인 락앤락을 개발하게 된다. 불투명한 밀폐용기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재언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기존 밀폐용기의 밀폐성능이 대폭 개선하게 된다.
특히 한국의 음식은 국물이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 밀폐용기로 이를 보관하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추가로 밀폐용기를 여는 것도 닫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락앤락에 도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제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였다. 해외에서 생산되었던 기존 밀폐용기는 다소 가격이 높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밀폐용기의 가격은 가볍고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준일 회장이 개발한 새로운 락앤락은 시장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비자들 특히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은 새로운 제품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취급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투명한 마케팅 활동 전개
2000년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해외 주방용품 전시장에서 바이어를 통하여 새로운 마케팅 기법 즉 인포머셜이란 것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되었다 (차태훈 외, 2006).
인포머셜을 통한 해외 홈쇼핑에서 연속 매진이라는 성공을 기록하였고, 이는 결국 국내 홈쇼핑의 대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김준일 회장은 락앤락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해외시장을 목표로) 광고를 제작하고, 동시에 동호회를 조직하여 다양한 소비자 활동을 꾸준하게 진행한다.
새롭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락앤락의 성공을 외형적으로 확대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동시에 락앤락의 성공신화를 논의 하는 많은 연구들은 선진 마케팅 기법의 도입을 성공의 원동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평소에 무관심할 수 있던 소비자의 요구를 투명하게 부각하는 마케팅 전략은 성공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새로운 특히 투명한 밀폐용기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아이디어는 성공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유무형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성공이 가능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3년 이란 기간 동안 김준일 회장은 락앤락을 개발하기 위하여 10억 원의 투자를 하였다고 전해진다(김호균 외). 우수한 기술과 지속적 노력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성공을 보다 효과적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고객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 마케팅 전략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마케팅의 출발점은 장기간 연구와 개발(R&D)를 통하여 기업가가 새로운 상품 혹은 서비스 즉 블루오션 창출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투명한 밀폐용기 락앤락의 성공
2000년대 말 국내 밀폐용기시장에서 락앤락의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었다. 그리고 매출 가운데 해외시장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중국을 예를 들어 체계적인 사전조사를 통하여, 2000년 초반 중국진출 2년 만에 인지도 99%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정순우 외). 락앤락은 중국에서 최고급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으며, 꽌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에서 적절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였다.
2010년 1월 28일 락앤락 코스피에 상장하였고, 공모첫날 락액락의 주식이 상한가를 기록하였다. 중국이외에 락앤락이 현지법인을 설립한 국가는 일본, 베트남, 인도, 태국,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북미, 아시아 그리고 유럽 등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지속하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투명한 밀페용기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던 락앤락은 주식시장에 상장을 통하여 성공신화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불투명한 시장상황
2014년 7월 미국에서 갑자기 태풍과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서 약 170여 가지의 화학 성분이 검출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전자렌지에서 사용하는 경우 치명적인 환경호르몬 성분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제기된다. 연일 방송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은 음식을 전자렌지로 돌리는 장면이 방영되기 시작하였다.
투명한 밀폐용기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삼광글라스에서는 유리로 만들어진 밀폐용기를 개발하여 락앤락에 도전장을 제출하게 된다. 물론 유리 밀폐용기도 투명한 밀폐용기로 플라스틱 대신 유리를 사용하는데 있어 차이가 있다.
락앤락도 새롭게 유리로 만들어진 투명한 밀폐용기를 개발하고, 기존 기업의 유리 밀폐용기와 경쟁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락앤락은 경쟁업체의 유리 밀폐용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는다.
국내와 더불어 해외에서 투명한 밀폐용기 시장의 경쟁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을 예로 들어 로컬 업체들은 락액락을 단순 모방하여 기술적으로 락앤락을 이길 수 없었지만,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락앤락의 시장을 잠식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투명한 미래를 위한 락앤락의 김준일 회장의 노력
투명한 밀폐용기 락앤락은 경쟁증가, 유사상품 혹은 짝퉁 상품의 등장, 소비자의 인식변화 등으로 새롭게 개척한 투명한 밀폐용기 시장에서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밀폐용기를 제공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지만, 사회적, 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경제전문지와 인터뷰에서 김준일 회장은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파는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계획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밀폐용기 시장을 넘어서 주방 실내용품 전문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락앤락은 현재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에서는 고급브랜드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를 채택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밀폐용기 이외에 물병 등 아웃도어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등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락앤락의 성공에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의 도입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동시에 김준일 회장은 주방생활에서 불투명한 밀폐용기의 불편을 인식하고, 투명한 밀폐용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 및 투자 활동을 추진하였다. 투명한 밀폐용기를 상품화 한 이후 국내 판매가 극히 저조한 절박한 상황에서, 해외시장에서 대박신화를 기록한 김준일 회장의 활동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투명한 밀폐용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더 이상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1) 다른 물건을 치우고 2) 냉장고에서 밀폐용기를 꺼내 3) 밀폐용기의 뚜껑을 열고 4) 밀폐용기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5) 밀폐용기의 뚜껑을 다시 닫고 6) 다시 냉장고에 밀폐용기를 넣고 7)다른 물건을 정리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유승동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