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는 일관되고 신박하다. 자유를 35번 언급했던 대통령 취임사 이후 쭉 그랬다. 미국·일본과의 관계 회복, 북한과 중국에 대한 단호한 태도 모두 기존 정치인과 다른 문법이다. 더 이상 제도권에서 쓸 수 없는 말인 줄 알았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재건하겠다는 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기업을 향한 대통령의 태도다. 국회의 문턱에 막혀 실질적으로 이행된 정책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지난 1년은 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존중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민간주도성장’을 외치는 그의 모습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본질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껏 이런 대통령이 있었던가.
다만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함정이 있다. 여전히 40% 밑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이 이를 증명해준다. 정치인에게 있어 지지율은 생명과도 같은 것인데, 이에 굴하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누가 뭐래도 이 길이 옳다는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950년대의 미국도 우리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미국의 소설가 아인랜드는 ‘아틀라스’라는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진짜 주역이 누구인지 되묻는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경제를 떠받치고 있음에도 인정은커녕 희생만 강요당했던 기업인과 지식인들은 결국 파업을 선언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아틀란티스로 떠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소설은 1991년 미국 의회 도서관과 ‘이 달의 책 클럽’이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으로 성경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대목에서 아틀라스라는 소설의 의미를 알아본 미국의 시민 의식이 놀라웠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힘은 아틀라스의 의미를 아는 시민들의 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던지는 메시지 또한 아틀라스 속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인들이 한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다. 아직 이것의 의미를 알아보는 이는 적지만, 일관됨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제자리를 찾을 날이 올 것이라 믿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기업의 중요성을 꿰뚫고 있는 윤 대통령이 그때는 왜 그랬냐는 의문이다. 그때라 함은 지난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을 말한다. 굉장히 복잡한 사안이지만, 핵심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두 번이나 수감 생활을 하게 된 과정의 중심에는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이 있었다는 점이다.
윤 정부가 들어선 뒤 복권이 되긴 했지만,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는 큰 상처를 안게 됐다. 이 회장 역시 그 과정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인으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혹독한 것이라면, 누가 기업을 하겠냐는 호소의 목소리가 제일 많이 나왔던 때도 그때다.
이제 시간이 흘렀고, 윤 대통령은 ‘자유’를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그렇게 새로운 일도 아니다. 조선의 왕족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한성감옥에서 독립정신을 썼고 훗날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또 남로당 당원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은 강경한 반공 정책과 경제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좌파의 대부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자유주의 정책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니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국가 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을 윤 대통령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관계가 오래도록 아름다우려면 이 기조가 정권 말까지 유지돼야 한다. 자유의 의미를 아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안녕, 기업의 영원을 마음을 다해 기원해 본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