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또 한번 미중갈등에 휩싸이게 됐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판매를 금지하는 제재를 가하면서 당분간 마이크론의 자리를 양사가 대신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마이크론에 대해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이 발견됐다”며 대규모 구매 금지 조치에 나섰다.
앞서 7주 동안 마이크론의 제품을 심사한 중국 당국은 이번 조치에 대해 “국가의 중요한 기초정보 인프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조치에 마이크론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 보호국의 검토 완료 통지를 받았다”며 “중국 당국과 계속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미국과 대만에 이어 중국을 세 번째 수출 시장으로 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보안 심사를 하고 대규모 제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의 무역 조치에 보복을 시작한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된다.
심사 결과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공개된 것이어 더욱 그렇다. 특히 마이크론의 최고 경영자인 산제이 메트로라는 이번 G7 정상회의에 기업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또 이번 결정에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후 네덜란드와 일본이 해당 조치에 동참했다.
중국이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중국의 마이크론 금지조치가 성공할지 아니면 미국과 동맹의 공급망과 격차가 벌어질지 결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양사가 중국에서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는 “중국의 지역 반도체 업체들은 현재로서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기술역량을 따라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사이익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중국에 깊게 노출된 만큼 미국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WSJ의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에서 반도체 시설을 운용하고 중국은 두 회사의 글로벌 공급망 핵심이기 때문이다.
WSJ는 “한국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인 일본, 네덜란드와 달리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대한 자국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첨단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하는 미국의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중국 공장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면제를 받아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