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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줄고 연체율 늘고…위기감 고조되는 은행권

2023-05-23 13:57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들 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고금리 여파로 크게 상승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까지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던 은행권이 수익성 악화, 연체율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 이들 은행의 평균 연체율이 고금리 여파로 크게 상승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까지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던 은행권이 수익성 악화, 연체율 상승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23일 은행권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5대 은행의 4월 예대금리차(햇살론 등 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1.15%포인트(p)로 한 달 전 1.16%p보다 0.01%p 하락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1.22%p로 비교군 중 가장 금리차가 컸으며, 뒤이어 하나은행 1.20%p, 농협은행 1.18%p, 국민은행 1.13%p, 신한은행 1.02%p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예대금리차가 가장 컸던 농협은행은 2월 1.46%p를 기점으로 꾸준히 격차를 줄이며 이번에 3위로 밀려났다. 

정책 서민금융을 포함한 예대금리차는 하나은행이 1.24%p로 가장 컸고, 우리은행 1.23%p, 농협은행 1.20%p, 국민은행 1.14%p, 신한은행 1.13%p 순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 축소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은행권의 상생금융 릴레이 행보와 예대금리차 공시경쟁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인 측면이 있고, 공시가 매달 나오면서 예대금리차 추이를 신경쓰고 있다"며 "경쟁에서 꼴지를 피하려다 보니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금리차를 줄이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금리 하향추세와 LCR 강화에 따른 예금금리 인상을 꼽고 있다. 우선 대출금리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에 힘입어 한국은행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금리고점론'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대출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예금금리는 금융당국의 LCR 정상화 조치로 인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정책금융 조치의 일환으로 LCR를 대거 완화한 바 있다. LCR는 이른바 '예금대출비율'로, 향후 한 달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뜻한다.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한번에 자금이 빠져가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LCR는 지난해 6월까지 85%였는데,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 정상화에 나서면서 오는 6월 말까지 92.5%를 유지하기로 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에서는 7월부터 분기마다 2.5%p씩 올리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당국 압박 탓에)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릴 수 없는 데다, 시장금리가 살짝 내려가거나 보합을 유지 중이다"면서도 "LCR비율이 현재 92.5%인데, 이를 올 7월쯤 95%로 상향 조치한 상태다. 은행들이 7월 전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최근 예금 확보 차원에서 고금리적금을 많이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는 한미 금리 추이에 따라 천천히 우하향 내지 보합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수신금리는 LCR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리고 있다. 이에 예대금리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가운데, 시장 분위기는 동결에 치우치는 모습이다. 실제 금리가 동결되면 예대금리차는 더 줄어들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이번에도 금리가 동결되면 (미국 등의 외부변수가 없다는 가정 하에) 금리고점론 예측이 강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더 줄어들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영업자 쇼크 가시화…4월 5대은행 평균 연체율 0.304% 

한편 5대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크게 치솟고 있다. 4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3월 0.272% 대비 0.032%p 상승했다. 지난해 4월 말 0.186% 대비 약 0.118%p 높다. 

대출 주체별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270%로 한달새 0.032%p 상승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034%p 상승한 0.328%를 기록했다. 

신규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비율도 오름세다. 신규 연체율은 3월 대비 0.008%p 상승한 평균 0.082%,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008%p 상승한 0.250%로 집계됐다.

은행권 대출연체율 상승세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부실화'가 꼽힌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제공한 코로나19 정책금융이 끝나고 있는 데다, 최근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 부진으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출의 경우 조금씩 지원이 끝나고 있다. 한편으로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안 열다보니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장사가 안 되면서 이자를 여유롭게 내던 사업자들이 빠듯해지고 있는데, 금리보다 경기의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세도 자영업자 부실 영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금리 최고점은 작년 11~12월이나 올해 1~2월인데, 이때를 기점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 금리 등이 계속 내리고 있다"며 "일반 급여소득자들은 고정적으로 급여를 받을 텐데 금리인하로 이자비용이 줄었음에도 이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자영업자의 부실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예대금리차 축소, 연체율 상승 등의 이중고에 은행권의 실적 고공행진도 사실상 막을 내릴 전망이다. 이에 은행권은 당국 요구에 발맞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LCR 비율 강화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은행 입장에서 연체율 상승이 대출 감소보다 더 큰 악재로 작용한다"며 "평소처럼 충당금 적립을 비롯해 연체율 관리를 좀 더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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