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권업계 일각에서 ‘불법 자전거래’가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일선 증권사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KB증권은 불법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당국은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관철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증권업계 일각에서 ‘불법 자전거래’가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KB증권(사진) 등 일선 증권사들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사진=김상문 기자
24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대한 전면 검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번지고 있다. 첫 검사 대상이 된 회사는 하나증권과 KB증권 등이다.
검사 대상이 일선 대형 증권사라는 점, 또 이번 검사에는 일종의 ‘배경’이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맥락은 이렇다. 당국은 일부 증권사들이 단기 투자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해 운용하는 이른바 ‘만기 불일치 운용전략’을 사용하던 중 환매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다. 작년 하반기 무렵부터 시장금리 급등으로 장기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생겨난 일이다.
증권사들은 손실 만회를 위해 속칭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자전거래란 금융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3월 진행한 올해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채권 자전거래·파킹 등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현재 금감원은 KB증권이 3개월짜리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안내한 뒤에 받은 법인고객 자금을 만기 1·3년 여신전문금융채에 투자한 의혹,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신규 고객의 자금을 내주는 세칭 ‘돌려막기 영업’을 한 의혹을 조사 중이다.
아울러 KB증권과 하나증권의 ‘불법 자전거래’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자사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의 장부가로 사들이는 불법 자전거래 의혹을 함께 받는 중이다.
KB증권은 지난 23일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글에서 KB증권은 “자본시장법에서는 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의 계좌 간 거래는 자전 거래를 인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고객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에는 직전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닌 운용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은 “손실을 덮을 목적으로 타 증권사(하나증권)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뒤 “작년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시중금리가 급등하고 기업어음(CP) 시장 경색이 일어나면서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11월 말에서 12월 초 해당 거래를 통해 유동성을 지원했다”며 “회계법인과의 논의를 통해 CP를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했고 이때 평가 손실을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손실을 덮거나 고객의 손실을 받아줄 목적의 거래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KB증권은 "상품 가입시 해당 운용전략에 대해 사전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 계약 기간보다 잔존 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KB증권의 반박 논리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은 사례가 관행처럼 지속돼온 측면이 있어 추가 사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측의 입장이 매우 완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대상 증권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