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6월 30일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탈북학생을 통해 본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를 주제로 제5차 청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수가 2만5000명에 이르렀다. 이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여럿이다. 김씨 왕조 외에는 모두 다 배고픈 곳에서 탈출한 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사회적’이란 이름의 용어들, 각종 무상 시리즈,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들은 탈북학생들의 눈에 더욱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자유경제원은 사회주의를 몸소 경험해온 탈북학생들과 함께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에 대해 논하는 장을 마련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탈북학생과 남한학생이 함께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자유경제원 현진권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토론회에는 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 김가영 학생, 연합경제금융포럼 이진영 대표, 충북대 경영학부 최종부 학생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자유경제원 전희경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회는 남북동행 김지연 사무국장, 북한인권학생연대 유은실 기획국장, 한국대학생포럼 여명 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아래 글은 김지연 남북동행 사무국장의 '북한 정권이 가진 또 하나의 딜레마 북한 지하경제의 상징인 장마당' 토론문 전문이다. |
1. 장마당의 모습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중에서 40~50대가 가장 많고, 지역 주민의 반 이상이 장마당 장사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90%이상이 여성인데, 즉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가끔 자전거나 자전거 부속품 매대 에 남성들이 앉아있는데 그 비율은 5% 수준이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계절, 시기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가적 생산라인에 동원돼야 하는 계절(예를 들면 모내기철인 봄, 김매기 철인 7월 등), 혹은 국가에서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는 시기(도로 닦기나 집 건설이 있는 시기)에는 시장 개장을 오후 3~6시까지로 제한했다.
장마당에서 중고품 장사는 돈이 꽤 되는 장사다. 여기서 중고품이란 주로 중국에서 들여 온 옷들이며, 한국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들이 북한산 새 옷보다 질이 좋고 저렴해 주민들에게 선호되다보니 수요와 공급이 충족되는 품목으로, 북한 장마당의 인기 아이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암거래가 비일비재한 상황,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암거래되는 물품들 대표적으로 금, 은, 동과 같은 금속으로 매우 다양하다. 특히 동과 같은 경우 중국에 비싼 가격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 은, 동뿐만 아니라 골동품, 디젤유, 휘발유와 같은 유류제품이다. 또 빠질 수 없는 밀거래 품목이 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든 알판(CD)다.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가 판매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마약의 일종인, 일명 ‘얼음(필로폰)’도 암거래상들에 의해 몰래 거래되고 있다.
▲ 자유경제원 주최 '탈북학생을 통해 본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라는 주제로 열린 제5차 청년 토론회에서 김지연 남북동행 사무국장(맨 왼쪽)이 '북한 정권이 가진 또 하나의 딜레마 북한 지하경제의 상징인 장마당' 토론문을 발표하고 있다. |
북한 주민들은 극심한 경제난으로 기존의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광범위한 시장구조를 마련 즉, 스스로 살 방법을 터득했고 그것이 바로 시장이다. 북한 주민의 다수가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장마당 장사, 두 번째는 시골과 도시를 왕래하는 일명 보따리 장사, 세 번째는 금이나 골동품, 화폐를 저렴할 때 대량 구매해뒀다가 비쌀 때 파는 투기 형태의 장사다. 이 중 북한당국이 시장 영역을 공식 인정한 경제활동이 장마당 장사인데, 이 내면에서 비합법적인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1990년 중반 경제난 이후 장마당은 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중요 터전이 됐다. 정권 유지를 위한 통제와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장마당은 날로 비대해지며 잠재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북한의 장마당은 좀 더 수준 높은 생활을 하기 위한 장으로써 자리매김 하고 있다. 통제와 억제 속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은 위험보다는 이득이 더 큰 밀거래에 손을 뻗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밀거래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는 방법 뿐. 허나, 이미 주민들의 경제는 물론 사면초가의 북한 체제에 협조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시장을 완전히 봉쇄하자니 딱히 다른 대안도 없다. 또한 시장은 한순간에 북 한정권을 몰락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들이 내재돼 있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장마당은 필요악이다. 즉, 고질적인 경제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밀거래를 포 함한 북한 사회의 시장화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3. 북한의 지하경제를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
북한체제가 제공했던 사회주의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하경제 즉, 장마당을 경험하며 자란 장마당 세대는 북한 정권에 대한 별 기대가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즉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도 저항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고,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와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전략적 세대’로 평가된다. 장마당 세대들은 부당한 사회구조에 도 저항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고 있고, 지도자와 국가, 사상교육 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경제의 시장화로 내부 긴장감이 완화되고 있고, 장마당 세대에게서 나타나는 탈 정치화 경향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경계심을 완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장마당 세대의 경향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지연 남북동행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