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하려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기술 유출이 중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65)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 등을 받는다.
또 A씨가 세운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 직원 5명과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반도체 공장 BED는 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공간에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또 공정배치도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 8대 공정의 배치, 면적 등 정보가 기재된 도면이다.
이들 기술은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 공정 기술로,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 건설하려 한 시도를 엄단했다"며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행"이라고 전했다.
국내 산업 기술 유출은 해마다 불거지고 있지만 낮은 처벌수준과 법정형 대비 약한 양형기준이 '기술유출이 중범죄'라는 인식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데 비해, 기술유출 시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대해서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나, 정작 실제 처벌은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보호 관련 대표 법률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 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고, 그 외 산업기술을 해외유출한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총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 또는 집행유예(27.2%)가 대부분(87.8%)이었고, 재산형과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과 달리 대만, 미국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해 핵심기술 보호에 힘쓰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과 최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영역이 아닌 경제·산업분야 기술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홍콩, 마카오 등 해외에 유출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과 대만달러 500만 위안 이상 1억 위안(약 4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의 경우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등급을 조정하고 형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술유출은 기본적으로 6등급의 범죄에 해당해 0∼18개월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까지 상향할 수 있고, 이 경우 188개월(15년 8개월)에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핵심 기술을 경쟁국에 유출하는 것은 매국 행위"라며 "솜방망이식 처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삼성전자 공장을 통째로 복사하는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며 "양형 기준을 속히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