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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 대통령 최대의 적은 '법원'이다

2023-06-18 20:19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 2년차, 이제 막 1년 1개월 갓 지난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대의 적은 제1야당이 아니라 '법원'이다. 대통령의 통치권을 사사건건 막으려 드는 '실효성' 차원에서 그렇다.

지난 15일 대법원이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개인에게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불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결하면서부터 더 부각되는 현실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고려하는 사안에 대해 대법원이 판례를 새롭게 냄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사전 개입한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혔다.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으로 의결됐다. 수적 우위를 점한 야당이 직회부를 관철한 것이다.

이번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기업의 재산권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반론이 크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내용 자체가 기업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더러, 정당하지 않은 쟁의 행위도 면책해 불법 폭력 파업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노란봉투법이 입법되기도 전인 지난 15일 대법원은 '현행법에 대한 해석'으로 그 입법 취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는 민사상 공동불법행위의 기초적인 법리를 파괴한 판결로 읽힌다. 법조계 일각에서 이건 대법 판결이 아니라 '근대 법치의 파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법 판례를 주도한 노정희 대법관은 남편이 한의사인데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적법하다는 판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당한 바 있다. 노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민변 출신으로, 지난 대선 선관위원장 당시 '소쿠리 선거' 논란을 빚고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 임기는 2024년 8월까지다. 내년 여름까지는 사사건건 윤정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3일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2023년도 제2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최근 '자녀 특혜 채용'으로 위기를 자초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해, 감사원 감사에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노태악 선관위원장(현 대법관)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법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및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있는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는 올해 9월 24일이지만, 거대야당이 윤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 대법원장 임명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지금은 윤 대통령 혼자 치르는 내전 상황이다. 거대야당이 국회를 장악한지 3년 넘게 흘러왔고, 전 정권이 지명한 친야 대법관들이 법원까지 장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대선에서 국민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입법부와 사법부는 전혀 바뀐게 없다.

특히 사법부는 지난 몇년간 수년에 걸친 재판 지연을 통해 사법적 단죄를 막아왔고, 전원합의 판례변경을 45차례 감행함으로써 75년 역사의 사법부 스스로를 '독재의 앞잡이'로 전락시켰다.

윤 대통령이 가까스로 정권 교체했으나, 힘을 가진 주류 기득권은 끝까지 저항하고 있다. 이번 대법 판결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네가 대통령이라도 어쩔거냐'는 자신감이 엿보일 정도다.

여론은 백중세다. 힘과 힘이 부딪히고 있고, 내년 총선에서 그 귀추가 결정될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운명도 포함해서 말이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진짜 처지와 '최대의 적'을 가늠하지 못하면 안된다. 어떤 전략으로 총선에 임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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