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0일 오후 ‘삼성합병안’ 논의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라는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의 ‘열쇠’를 쥐게 됐다.
▲ 국민연금이 10일 오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놓고 투자위원회를 개최한다./사진=미디어펜 |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놓고 투자위원회를 개최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반을 내부적으로 결정할지,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로 넘길지를 이 자리에서 결정한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주식 11.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내부 투자위원회에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을 비롯한 국민연금 내부인사 12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정부와 사용자단체, 근로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 연구기관 등이 추천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됐다.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대부분으로 투자위원회보다 주주가 치와 같은 근본적인 시장 원칙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에 맡길 경우 합병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앞서 국민연금은 만도의 대표이사 선임안과 분할 안,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사 선임안, SK와 SK C&C의 합병안 등을 5건을 전문위에 위임했다. 이 안건 중 1개는 기권을, 4건은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판단은 한 기업을 넘어 국익 관점으로도 봐야 하는 만큼 외부 기관이 아닌 내부에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국익 차원을 고려하지 않더라고 합병에 실패하면 손실을 보기 때문에 투자수익 차원에서도 합병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다면 국가적인 재앙이 되고 국민연금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며 “손실이 크다. 합병을 반대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국익의 관점으로 보고 합병을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익으로 봤을 때도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처럼 수익을 얻고자 한다 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기대만으로 20% 이익을 올렸는데 투자이익 부분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봤을 때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휘둘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국내 주력 기업들이 대거 벌처 펀드의 공격에 노출되고 경영권 방어 때문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편 투자위가 합병안 찬반여부를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맡길 경우 이 위원회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의 주주총회를 앞둔 15일이나 16일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