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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피말리는 한표 전쟁…주주 삼성 미래 택했다

2015-07-17 08:39 | 이미경 기자 | leemk0514@mediapen.com

지주회사로서 위상 갖춰…본격적인 이재용 체제 돌입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뉴삼성물산’이 탄생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지난 5월26일 합병 결의 발표를 한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회의장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총에 앞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미디어펜=홍정수 기자
삼성물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거센 공격에도 불과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삼성물산의 이번 합병은 임직원부터 평사원까지 모든 직원들이 발 벗고 뛰어준 덕에 이뤄낸 것이다.

삼성물산의 합병의 길을 험난했다. 엘리엇의 공격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반대, 소액주주들의 불만 등 합병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많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공격을 막아내고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돌려놨다.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회의장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계약 승인의 건이 통과됐다.

이번 삼성물산은 주총에서 전체 주주 11만263명 가운데 553명이 참석했다. 삼성물산 주식 총수가 1억5621만7764주로 이 중 위임장을 이미 작성했거나 표결로 현장에서 의결권을 행사는 주식수는 1억3054만8184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주식 총수에 따른 주총 참석률은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57%로 파악됐다. 이번 총회에서 합병 건이 통과되려면 55.7% 이상 찬성이 필요했다. 개표 참관인에는 일반 주주 중 한선규씨와 엘리엇 대리인 넥서스 법무법인 박선규 변호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낸 삼성물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의 철학과 정통성을 이어가는 동시에 삼성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심에 서게 됐다.

본 기자가 이번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취재하면서 가장 큰 중심에 섰던 부분은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다. 엘리엇의 격한 공격에도 합병을 자신했던 삼성물산은 결국 승리를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가 부족했던 점이 드러났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본격적인 이재용 체재에 돌입하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회사 지분 16.5%로 개인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생명에 대한 기존 지배력까지 합치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외국 투자기관인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이사와 직접 만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방안 등을 협의도 한 바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2013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작업도 이번 합병을 통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삼성물산은 이번 일로 인해 깨우친 점이 많았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합병과정 동안 엘리엇의 공격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반대, 소액주주들의 불만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을 펼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엘리엇의 억지 주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생겼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라는 카페도 생겼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의 오해를 풀고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뛰어다녔다. 김신 상사부문 사장,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은 물론 고위 임원과 부장·차장급, 평사원까지 가릴 것 없이 소액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고 찬성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많은 직원들이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 밖에 나가 있어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주총 뒤에는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1등 기업인 삼성도 곤욕을 치룬 이번 일을 통해 해외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헤지펀드의 공격 이후 적대적 M&A 우려가 언제든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삼성물산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동시에 또 다른 제2의 엘리엇이 될 수도 있는 영국 헤지펀드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가 떠올랐다. 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을 5% 이상 매입했다.

헤르메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넥서스는 "지분 매입 목적은 경영 참여가 아닌 투자"라고 밝혔지만 엘리엇의 공격으로 혼란한 틈을 타 차익을 노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우리나라 M&A 법제가 공격자에게는 한없이 유리하고 방어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돼 있다. 또 자사주 취득 외에는 경영권 방어자가 활용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수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주친화 정책을 대폭 강화한다. 실질적인 주주권익을 보호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6명 중 외부전문가 3인을 영입한다. 외부전문가 3명 중 1명은 회사 미래발전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주요 주주의 추천을 받아 선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삼성물산과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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