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무차별 흉기 테러'로 2명이 뇌사에 빠지고 12명의 다친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부(당정)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가중처벌 입법 논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한 특별 경찰활동을 선포하고 흉악 범죄에는 경고 없이 곧바로 '실탄 사격'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쇼핑몰)에서 20대 피의자 최모(22) 씨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인도로 차를 몰아 시민들을 위협한 뒤 쇼핑몰로 들어가 여러 층을 오가며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4일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경찰 활동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역경찰, 경찰관 기동대, 기동대 형사 등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해 다중응집장소 순찰을 실시한다. 또한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가 발생 시 현장에서 총기나 테이저건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4일 국회에서 '묻지마 범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8.4. /사진=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묻지마 범죄 관련 대책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최근 신림동, (분당) 서현역 부근에 묻지마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오늘 국민의힘 행안위 위원들, 경찰청과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입법을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이만희 의원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흉악 범죄는 사실상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이고, 국민의 평온한 일상이 위협받고 있다"라며 "강력하고 단호한 예방 조치는 물론이고 즉각 집중적인 경찰력 투입과 가능한 처벌을 최대한 적용하는 포함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이날 오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흉악범죄는 사실상 테러행위"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흉기난동과 그에 대한 모방범죄 등 흉악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 정책위와 법무부는 '묻지마 범죄' 등 흉악 범죄 대응을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4일 페이스북에 "비공개 당정회의를 열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논의했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당정이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의 인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의 일상”이라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묻지마 테러,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도 이날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행법상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은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와 흉악범 단죄를 위해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흉악범죄에 대한 엄정대응을 위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국 등과 같이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사형제와 ‘병존’하여 시행하는 입법례 등을 참조하여,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결정과 무관하게 형법에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성남 분당갑 지역구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사건 당일 현장을 찾은 뒤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 분들과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행은 가중처벌 등 엄벌에 처하는 제도를 만드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입은 부상자들의 조속한 치료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프로그램도 신속히 가동되도록 하겠다"라며 "민생다중시설, 학교 등에 대한 경찰의 방범 활동을 강화해 모방범죄를 강력하게 차단하도록 치안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