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칩 분야 스타트업 그로크와 차세대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응용처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와의 고객 확보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도 오는 2024년 하반기에 미국 테일러 1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AI) 칩 분야 스타트업 그로크와 차세대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 응용처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그로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4나노(㎚·10억분의 1m) AI 가속기 반도체 칩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그로크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2016년 창업한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다. 그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나단 로스는 삼성전자와의 협약을 발표하며 “최고의 AI 성능을 가능하게 할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해 그로크의 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미국 사업 담당 마르코 키사리 부사장도 “그로크와 협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이 AI 반도체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향후 선단 공정 기반의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로크의 차세대 AI 칩은 기존 제품 대비 최고 4배 가량 전력 효율이 높고, 성능도 우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로크는 이 칩을 8만5000개에서 최대 60만 개를 활용해 각각의 수요에 맞는 AI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칩은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에서 내후년부터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14나노 대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또 오는 2024년 하반기에는 미국 테일러 1라인을 가동하고 2025년에는 8인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테일러 공장의 고객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로크와의 계약 체결을 계기로 향후 TSMC와 벌일 접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서는 애플과 AMD는 TSMC, 테슬라와 퀄컴 등은 삼성전자의 잠재 고객으로 점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한 축인 파운드리 사업에서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분투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1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0.1%로 압도적 1위인 반면,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12.4%로 격차가 큰 상태다.
여전히 점유율이나 생산능력(CAPA)은 TSMC가 앞서고 있는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 보고 있다.
3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TSMC보다 먼저 양산에 나서며 격차를 벌려 놨다는 평가다. 특히 3나노(nm) 공정을 먼저 양산하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도입한 것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에서 4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2024년 말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4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하겠다”며 “미국 주요 고객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