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7박8일의 방미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스스로 10년만의 정당외교라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25일(현지시간) 방미 일정 시작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김 대표는 첫 일정으로 워싱턴에 도착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예우를 갖추겠다며 큰절을 했다. 또 참전용사인 고 월턴 워커의 장군 묘비에 재배했다. 특히 묘비에 떨어진 새똥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아이고 장군님”을 연발해 논란도 있었다.
김 대표는 “미국에 절을 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켜준 참전용사에게 예를 갖추기 위해 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27일 우드로윌슨센터 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우리는 중국보다 미국”이라고 언급, 대체할 수 없는 한미동맹을 강조해 ‘보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김 대표는 28일 워싱턴 동포 간담회에서 “지금이 5000년 민족 역사에서 최고 중흥기인데 진보 좌파의 준동 때문에 대한민국이 걱정이다. 진보 좌파의 준동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해 보수층 결집에 힘을 더했다.
여기에 31일 로스앤젤레스(LA)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하나가 돼야 하는데 모두 철저한 진영 논리에 빠져서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좌파 세력이 준동하며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7박8일의 방미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연일 보수 진영이 선호하는 발언을 이어가는 김 대표의 이번 방미에 대해 보수 대권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된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런 평가를 의식한 김 대표는 30일 미국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아직 대권주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권이라는 것은 그 시점에 국민의 소망에 맞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에 대해 적극 부인하지도 않으면서도 기존 주자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면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김 대표는 이번 방미 중에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여권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1일 낮 LA 코리아타운에서 한인 정치 지도자들과 오픈프라이머리 간담회를 갖고 “제가 정치 인생에서 꼭 하나 이루고 싶다면 그건 국민과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여러 차례 공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악의 근원인 공천 문제가 해결되면 정치권이 안고 있는 부조리와 부정부패의 90%는 없어질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100% 완벽한 정당민주주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민주주의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여야가 함께 TF(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함께 한국에 맞는 오픈프라이머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도 순방 3개 도시 한인교포들과의 만남에서 모두 언급됐다. 김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은 망국법”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려 해도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번 출장에서 미국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또 “한미일 3각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일본 측의 역사왜곡 중단 및 진심을 담은 사과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순방으로 인해 행정부 인사가 대거 출국하고, 면담이 예정됐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주요 행정부 인사와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31일 LA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환영회에는 예정된 500명을 훨씬 초과한 1300여명이 참석했고, 워싱턴, 뉴욕 동포 환영회에서도 수백 명이 몰려 동포사회의 뜨거운 관심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DC와 뉴욕, LA에서 7박8일간의 공식 일정을 마친 김 대표는 2일 비공개 일정으로 중동고 미주 동문 모임에 참석한 뒤 4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