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LG그룹이 핵심 축인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LG전자까지 주력 사업에서 비상하고 있다.
LG그룹은 가전, 전자 부문 등 기존 프리미엄 사업 부문의 안정적 성장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LG화학도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와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며 프리미엄 배터리 위엄을 재확인하고 있다.
도요타는 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해 LG그룹의 배터리가 중국산 저가 배터리 공세에도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6일 도요타 자동차 북미 생산·기술 담당 법인 TEMA(Toyota Motor Engineering & Manufacturing North America)와 2030년까지 2조8000억 원 규모의 양극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를 토대로 전기차 생산 규모를 추정하면 약 60만∼7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다.
도요타는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앞서 도요타는 2030년까지 8조엔(약 72조 원)을 투입해 전기차 30종과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전기차 35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 전기차에 LG화학의 양극재가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LG 배터리 게열이 완제품 외에도 소재업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도요타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연간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합작공장(JV)을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의 단일 수주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올해 말부터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총 4조 원을 투자해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 및 모듈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연달은 도요타와의 배터리 및 소재 장기 공급계약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은 핵심 소재를 자국 내에서만 생산·조달하는 경향이 있는 소재·부품 강국이다. 도요타 또한 비록 전기차와 배터리 발전 속도가 늦더라도 스스로 제품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강한 업체로 인식된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도요타·폴크스바겐·현대차·르노닛산·스텔란티스)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도요타가 가장 마지막까지 문을 열지 않았덤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기지 현황./자료=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러한 이유로 LG 배터리와의 장기 파트너십 구축은 LG 배터리의 우수한 품질과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저가 공습이 거센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고품질 삼원계 배터리, 저가 가성비 LFP배터리로 양분되기 시작한 주요 지표로도 볼 수 있다.
LFP배터리가 우리나라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했지만 프리미엄 라인에서는 여전히 기술력의 격차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진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도 이를 방증한다. 이날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매출은 8조2235억 원, 영업이익이 73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40.1% 각각 증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6.3% 감소, 영업이익은 58.7% 증가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LG화학도 하나증권 전망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3조1393억 원, 영업이익 7702억 원으로 순항할 것으로 관측된다. 2분기에 비해 매출은 소폭 줄어들겠지만 영업이익은 1600억 원 가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은 특유의 높은 품질기준과 자국 산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섣불리 해외 업체와 장기 파트너십을 가져가지 않는다"라며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로 존재감을 공고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투시도./사진=LG화학 제공
◇ LG전자 어닝서프라이즈…대외 여건 악화에도 우뚝
LG그룹의 또 다른 주력 사업인 전자도 올 3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받아들었다.
LG전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 20조7139억 원, 영업이익 996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4629억 원(2.2%)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2501억 원(33.5%) 늘었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3.6%)뿐 아니라 영업이익(34.3%)까지 증가했다. LG전자가 3분기를 기준으로 올해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던 때는 2020년(1조738억원) 뿐이다.
이는 금융권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액 20조4624억 원, 영업이익 8084억 원이었다.
주력사업인 가전, 신사업인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시스템에어컨 등의 냉난방 공조를 앞세워 B2B 비중을 높이면서 생활가전 경쟁력을 높였다. 또한 오브제컬렉션, 올레드(OLED) TV 등의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요 소비층인 ‘볼륨존(대중 소비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가전은 LG'라는 공식을 재확인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경제가 중국발 수요 위축과 잦은 전쟁에 따른 외교적 불안감 증폭으로 하방압력이 있는 와중에도 LG그룹의 주력인 배터리와 전자에서 좋은 실적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