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 관련 자료 발표로 노동계 분위기가 민감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고용노동부의 요청에 따라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자료를 2일 발표했다.
▲ 한국노총·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개혁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집회·시위·총파업 등으로 맞설 방침이다./사진=미디어펜 |
해당 자료에는 직무능력·실적이 뒤떨어진 근로자가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조치 등을 당한 실제 사례 3개가 담겨 있다.
영업본부 차장이었던 근로자 A씨는 3년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고 역량향상프로그램에 참가했으나 성실히 참가하지 않아 2010년 2월 회사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3년간 인사평가에서 매우 낮은 고과를 받아 역량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한 근로자 B씨는 현업에 복귀했으나 지난해 인사평가에서도 최하위등급을 받아 대기발령 후 해고됐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2009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아 연봉 1%가 삭감된 근로자 C씨 등은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인사평가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인사고과로 판단해 C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해당 자료의 발표로 인해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 분위기는 격앙됐다.
한국노총은 최근 김동만 위원장이 '조건부 노사정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그 조건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자료가 바로 발표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최소한의 요구 조건만 내걸고 노사정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정부가 이를 전면 거부했다"며 "대화하자는 사람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말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해고요건 완화는 추진하지 않는다던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사례를 담은 자료를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의 '쉬운 해고' 추진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투쟁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개혁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집회·시위·총파업 등으로 맞설 방침이다.
이에 임무송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동연구원의 자료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관리를 위해 관련 판례 등을 제시한 것일 뿐 일반해고 추진이 목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