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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주장 숨은 셈법은?

2015-08-03 18:36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추진하자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사실상 의원 증원을 동반함에도 야당이 이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지 않아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무늬만 정치 혁신이지 의원정수 확대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의원정수 확대야 말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야당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김상곤 새민련 혁신위원장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총선 때마다 약 1000만의 사표(死票)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바로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기반 거대 양당 독과점체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는 방미 중인 김무성 여당 대표가 전날 “지역구 의원 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서 지금의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밝힌 것을 김 위원장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 김상곤 새민련 혁신위원장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혁신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면서 새누리당에 대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여론의 등 뒤에 숨은 정당"이라고 비난했다./사진=미디어펜

새민련은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판결에 근거해 제시한 선거관계법 개정 의견을 근거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전국을 수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제도로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원 정수 비율 2대 1 설정 ▲지역구 후보자 비례대표 동시출마 허용 ▲석패율제 도입 통한 지역구 낙선자 비례대표 구제 등이 포함됐다.

이 안을 따를 경우 현행 246명인 지역구 의원을 줄이지 않으면 의원 정수는 369명까지 늘어난다. 지역구 의원을 현행보다 46명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야만 의원 정수 300(지역구 200+비례 100)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헌재 판결에 따라 종전에 3배수까지 차이가 나던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최대 2배수까지로 줄어듦에 따라 의원 정수 유지 시 김 대표의 발언대로 선거구 및 지역구 의원 수가 늘고 비례대표 의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면 지역구 의원 수와 함께 선거구 수 역시 크게 줄어 필연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크다.

게다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출해야하는 이달 13일까지 남은 기간이 열흘 남짓에 불과해 여야가 이견을 좁힐 가능성은 한층 낮아진다. 결국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큰 변화 없이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지역구 의원 정수 축소에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다면 야당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은 사실상 의원 정수 확대를 동반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야당의 당론은 모호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조경태 의원은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이날 이상민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나 당의 공식 입장은 국회의원 총 정수는 현재 그대로, 증원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권역별 비례제 도입 토론회에 참석한 혁신위원들과 전문가들은 비례대표 비중 대폭 확대, 의원정수 확대의 필요성 등을 주장해 이 의원과 판이한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예산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국가예산의 0.056% 수준“이라며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 세금이 아깝다’는 여론을 잠재우려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의원정수에 관한 당론이 분분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와 이 원내대표가 의원 증원을 주장했던 지난달 26일 “의원 정수 이슈화는 시기상조”라며 제동을 건 이후 지금까지 말을 아껴왔다. 앞서 “의원정수가 400명은 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을 산 적 있는 문 대표는 4일까지의 휴가로 치열한 여론전 사이에서 침묵하고 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지난해 헌재 결정에 따라) 선거구는 반드시 늘어 재조정을 해야 하는데 국민여론은 국회의원 늘리는 것을 반대한다. 의원 정수를 유지한다면 결국 비례대표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어 “비례대표제가 당초 도입 취지대로 전혀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의원 정수 거론을 피한 채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굉장히 자기중심적 사고이고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여당 측은 국민 대다수가 의원 증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여론을 의식하고 의원 정수 유지와 함께 내년 총선 공천에서 당 지도부의 결정이 아닌 지역민 투표로만 지역구 입후보자를 선출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여야 동시 도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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