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가 폭락장 구도로 접어들면서 빚을 내서 증시에 입성한 이른바 ‘빚투 개미’들의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는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4월 이후 최대 규모까지 치솟았다. 세칭 깡통계좌도 속출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국내 증시가 저점을 잡기 위한 과정의 하나라는 관점도 존재한다.
국내 증시가 폭락장 구도로 접어들면서 빚을 내서 증시에 입성한 이른바 ‘빚투 개미’들의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상문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 반대매매 규모가 기록적인 폭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미수 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5257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4월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아울러 지난 9월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510억원)의 10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기도 하다.
미수 거래란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만큼만 내고 나머지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 방식을 지칭한다. 일종의 빚투(빚내서 투자)인 셈인데,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가 일어나게 된다.
반대매매가 최근 들어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외 증시의 대세 하락 때문이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던 지난 9월 중순 무렵부터 지수가 급격히 빠지기 시작해 악재가 겹치며 회복이 요원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15일까지만 해도 2600선 위에 있던 코스피는 현시점 2400선이 이미 무너진 상태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900선에서 770선 아래로 흘러내렸다.
문제는 상승의 모멘텀이 될 만한 ‘재료’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정리될 조짐도 없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터지면서 불확실성을 되려 증가시켜버린 모습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5%를 돌파하는 기현상까지 반복되며 글로벌 자금의 흐름은 증시를 이탈해 채권시장 방향으로 향해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한국 고유의 악재도 더해졌다. 최근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된 영풍제지‧대양금속 하한가 사태다. 지난 20일 장 마감 후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하며 재차 충격을 줬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거래가 재개되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 경우 나비효과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반대매매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 19일에 코스닥 지수 800선이 붕괴된 것도 좋지 않은 흐름이다. 하락 이후 2거래일 경과된 후에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24일 다시 한 번 반대매매 쇼크가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악순환이 악순환을 부르는 부(-)의 중첩효과가 국내 증시를 삼켜버린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투자에 몸을 사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 다만, 이미 단기간에 지수가 깊게 하락해버린 만큼 이제 와서 물량을 던지는 투매 역시 적절한 선택은 아니라는 조언이 나온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저점에서 매도하는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준기‧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코스피는 매우 저렴한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 “반등에 ‘트리거 포인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파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라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