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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시급” 무색…야, 국정원 논란 출구전략 찾나

2015-08-04 18:19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앞서 새누리당 측과 오는 6일에 열기로 합의한 국가정보원-민간전문가 기술간담회마저 보이콧하면서 3주를 넘겨온 ‘국정원 해킹 논란’을 장기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새민련이 여당과 국정원의 기술간담회 개최 제안을 외면하고 국가 기밀자료 제출 요구와 ‘꼬리물기’ 식 의혹 제기로 일관하면서 “국민 의혹이 남지 않도록 진상을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던 논란 초기의 태도가 무색해졌다는 비난도 나온다.

최근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주요 사안이 해킹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를 이용한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여부’라는 논란의 본질과도 멀어지면서 야당은 정쟁을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야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를 열고 국정원에 RCS를 공급한 '해킹팀'사(社)를 최초 폭로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 연구원과 화상통화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합의 내용에 따르면 전날까지 여야 각 2명씩 기술간담회 참석 인원 명단을 냈어야 하지만 야당은 앞서 국정원 측에 요구한 39개 자료 중 적어도 6개는 제출받아야 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다면서 시간을 끌었다.

앞서 야당은 ▲삭제 파일의 시스템파일/데이터베이스 파일(MongoDB·몽고DB) 여부 ▲개인용 PC 또는 서버 이용 삭제여부 ▲하드디스크 원본 ▲삭제 데이터 용량·목록·로그기록 ▲복원 데이터 용량·목록·로그기록 ▲미삭제 데이터 용량·목록 등 6개 자료를 국정원에 요구했지만 안보상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요구사항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삭제 파일이 몽고DB이며 서버용 컴퓨터에서 데이터가 삭제됐다고 답변했다.

하드디스크 원본과 미삭제 데이터 용량 및 목록 등 2개 자료는 제출 불가능하며 로그파일은 원천적으로 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나머지 자료에 대해서는 “간담회에 오면 정보위원회에서 보고한 수준으로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간담회로도 부족할 경우 정보위원들의 현장방문을 실시해 그 자리에서 로그파일까지 전부 공개하겠다는 국정원의 제안도 전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전까지 간담회 참석자 명단을 야당에 요구했지만 끝내 수용되지 않았다.

앞서 야당은 ▲국내 민간인 대상 사찰 ▲직원 임모과장 사망 전 내부감찰 ▲마티즈 차량 번호판 바꿔치기 ▲카카오톡 감청 ▲국내 통신사 IP 해킹 등 각종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며 공론화해왔으나 최초 의혹의 근거를 찾지 못했을 뿐더러 나머지는 모두 사실과 달랐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정원 측이 제안한 여야 정보위원 현장방문도 ‘선 의혹검증, 후 현장방문’을 원칙으로 내세워 거부했다. 보안 전문가 출신인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병호 국정원장 고발과 기밀자료 요구 등으로 정쟁만 심화됐다.

나아가 야당은 지난달 30일 토론회를 열고 국정원에 RCS를 공급한 '해킹팀'사(社)를 최초 폭로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 연구원과 화상통화로 질의응답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RCS를 구입한 35개국 중 유독 한국에서만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톡 감청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여당·국정원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의혹 해소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야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박지원 의원이 논란의 장기화로 인한 국익 훼손, 대북 정보 노출을 우려하며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밝히자 이에 여당 측이 즉각 화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내 자신의 말이 와전됐다면서 국정원 자료 제출을 재차 요구하는 등 국면 전환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날 야권에 따르면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IT 전문가 및 이탈리아어·영어 능력자 등까지 동원해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RCS 관련 자료 400GB에 대한 분석을 약 80% 진행했다.

하지만 내부 전문가 사이에서 “로그파일 원본 등의 제출 없이 기술간담회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등 자체 분석의 한계에 봉착하자 간담회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이달 12일 토론회를 열고 국정원 개혁과 국회 정보위의 전임 상임위화 등 국회 차원의 제도 변경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야당이 당초 명분으로 내세운 진상규명을 등한시하고 일종의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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