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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내실 빈곤한 한국증시…투자 명분 있나

2023-11-15 11:36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이원우 차장/경제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겉에서 본 여의도의 모습은 언뜻 금융 선진국처럼 보인다.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저서 ‘도시의 승리’에서 찬미한 현대도시의 휘황찬란한 위용이 각각의 건물들 속에 스며있는 듯하다. 허나 여기까지다. 여의도의 속살을 한 꺼풀만 벗겨내 보면 우리 앞에 쏟아지는 것은 수준 미달의 현실들이다. 특히 올해는 어느 것부터 얘기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상황이 어지럽다.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는 조 단위 신규상장(IPO)으로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회사다. 주요 고객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 데다, 알면 알수록 SK와의 깊은 인연을 짐작케 하던 회사였다. 공모 당시부터 과대평가 논란이 있긴 했으나 이렇게 빨리,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짐작한 사람은 없었다.

조 단위 기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파두가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액은 3억2081만원이었다.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 파두도 파두지만 투자자들의 분노는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들(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에게 먼저 쏠렸다.

상장되기엔 부족해 보이는 회사들이 특례라는 이름으로 무더기 입성하는 사례는 이미 숱하게 많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들 회사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해야 할 증권사들이다. 

주관사들이 새롭게 상장하는 기업들에 대한 기회와 위협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개미들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투자에 나서야 한단 말인가? 파두 쇼크 이후 일각에서 성마르게 제기된 ‘기획 상장‧사기 상장’ 논란은 역설적으로 일련의 현실 앞에서 투자자들이 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총선 이후까지도 한국 증시의 현실이 수준미달 신규상장‧공매도 금지로 인한 가격왜곡‧공매도 제도의 불합리성 등등의 이슈 주변을 맴돌고 있다면,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한국증시에 투자할 명분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사진=김상문 기자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마치 투자자들을 위한 비장한 각오를 했다는 듯이 공매도를 전면금지 시킨 상태다. 금지 시한은 운명적이게도 내년 상반기 – 총선 이후다. 주말에 벼락처럼 발표한 정책의 시행 첫날(11월6일) 코스닥은 7.34% 급등하며 장중 사이드카까지 걸렸다. 

하지만 지수는 이후 5일 연속 하락해 현재는 상승분 이하로 주가가 다시 떨어져 있다. 공매도 전면금지가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였다면 이미 그 효과는 모호해졌다. 간밤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차라리 더 탄탄한 재료처럼 여겨진다.

이미 블룸버스‧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의 레이더에는 한국증시의 ‘예측 불가능성’이 걸려들었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또한 지금으로썬 물 건너간 분위기다. 그들이야 K-공매도에 어떤 질곡이 있는지 알 바 아니니 전면금지 수부터 띄운 당국의 선택이 경악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터다.

한국 투자자들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공매도 전면금지는 라덕연 사태‧영풍제지 폭락 같이 ‘시간을 태우는’ 주가조작의 길을 열어놓는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있으면 금지한다’는 단순한 논리 앞에 공매도 제도의 면밀한 개선을 요구했던 세심한 목소리들은 서서히 묻혀가고 있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태풍을 앞두고 과연 공매도 제도는 바람직한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까? 내년 상반기에 과연 그 누가 ‘공매도 전면재개’라는 엑스칼리버를 뽑을 수 있을까? 

총선 이후까지도 한국 증시의 현실이 수준미달 신규상장‧공매도 금지로 인한 가격왜곡‧공매도 제도의 불합리성 등등의 이슈 주변을 맴돌고 있다면,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한국증시에 투자할 명분이 과연 어디에 있을지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흔히 미국 등 해외주식 투자의 걸림돌로 정보접근의 불편함이나 세금 이슈 등이 손꼽힌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은 한글로 작성된 국내주식 정보가 때로는 더욱 해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주식을 포기해버리는 ‘내국인 엑소더스’의 행렬이 점점 더 길어질 가능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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