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에 분열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비명계가 지난 16일 당 ‘혁신’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지만, 지도부가 사실상 이를 묵살함으로써 갈등이 증폭된 탓이다.
비명계 핵심 의원 4인(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은 전날 ‘원칙과 상식’이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은 세력 결집을 본격화하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주당이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당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을 주요 혁신 방안으로 꼽았다. 앞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누적된 것에 더해 김남국 무소속 의원 코인 게이트 논란으로 훼손된 민주당의 도덕성을 복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더불어 민주당이 강성 팬덤인 ‘개딸’의 정치적 보복을 우려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팬덤 정치와 결별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민주당이 ‘혐오’와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혁신안 수용 기한은 오는 12월로 제한했다.
아울러 당내에서는 친명 지도부의 험지 출마도 혁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친명계로 알려진 김두관 의원이 지도부 험지 출마를 언급한 것에 이어 이원욱 의원도 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친명계 의원들이 ‘험지 출마할 테니까 너도 해봐라’하면 선당후사로 무조건 하겠다”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그러나 연이은 혁신 요구에도 당내 기득권으로 분류되는 친명계와 이재명 지도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주재로 열린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원칙과 상식’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또 지도부의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 또한 해당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강선우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혁신계의 요구 상황에 대해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에 민주당은 총선 200석 낙관론이 언급된 지 약 2주 만에 분당과 집단 탈당이라는 분열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혁신계를 자처한 혁신과 원칙이 4인으로 출범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가 이들의 방향성에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 비명계의 추가 합류 가능성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명 지도부가 혁신계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지도부의 민주당의 분열은 가속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