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명회 기자] 민주당을 위주로 한 국회가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 논의를 본격화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금리 속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자 횡재세를 거두자는 것인데 여당과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 1소위원회를 열고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 120%를 넘기는 초과 이익을 낼 경우 해당 분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기여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지난 14일 대표발의하면서 진행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연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안 발의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이름을 올린 상태다. 또 횡재세 징수를 법안이 시행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올해부터 횡재세가 징수된다.
은행권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8.9%가 증가한 규모다. 이를 환산하면 올해 적용될 횡재세는 1조9000억원규모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횡재세 징수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은행들이 고금리 시대에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면 이자로 고통받는 서민과 기업을 돕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IMF 사태 때 도산위기에 처한 금융사들의 구조조정에 168조6553억원을 투입해 살려놨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부실 운영으로 손일이 발생하면 세금을 지원받고 이자 장사로 수익을 내면 내 돈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은행들은 그 돈으로 직원들에게 고액의 연봉을 챙겨주고 성과급 잔치를 하고 희망퇴직자들에게 평균 3억5000만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겨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횡재세는 세법상 논리가 맞지 않는다. 이미 은행들이 내는 법인세가 누진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여기에 일회성 초과 이익에 별도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가 되는 것이다. 손실을 입었다고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반시장적인 정책을 하자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게다가 주주들에 대한 문제도 곤란하다. 은행들에 2조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또 내라고 하면 국내 대형금융지주사 지분을 60%이상 들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KB금융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2.62%에 달하고, 하나금융은 68.65%, 신한금융은 59.92%로 절반이 넘는 지분을 외국인이 갖고 있다. 배당만 쳐다보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게도 날벼락 같은 소식일 것이다. 올해 초 은행권의 주주환원정책 기대감으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은행주는 최근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환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실망매물이 늘어난 결과다.
아울러 금융회사만 콕 집어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러시아와 우쿠라이나간 전쟁으로 촉발된 금리인상과 유가인상으로 정유사들도 돈방석에 앉았는데 왜 금융권에만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것인지 불만이다. 특정산업만을 과세 대상으로 정해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횡재세가 부과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주주들을 생각할 때 횡재세로 입은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높여나가겠지만 결국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금융당국은 횡재세 대신 기부를 통한 상생금융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정치권이 민심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시장개입은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미디어펜=김명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