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비아파트 가격 산정 제도로 인해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해 정부가 공인해달라"고 촉구했다./사진=대한주택임대인협회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지난 23일 자료를 통해 “비아파트 주택시장 혼란의 근원적인 문제는 현실화율이 지극히 낮은 공시가격을 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불합리한 주택가격 산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파트 유형 주택이 KB부동산 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등을 준용하는 것과 같이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해 정부가 공인해달라”고 촉구했다.
협회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5월 전세보증금 보증 가입 기준을 기존 공시가격 적용비율인 150%에서 126%(공시가격 적용 비율 140%, 전세가율 90%)로 강화했다. 아울러 올해 공시가격이 공동주택 기준 18.6% 하향되면서 실질적인 기준은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5~7월 빌라(연립·다세대) 전세거래 2만7407건 중 45.6%에 해당하는 1만2486건은 보증가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전년 동기 25%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협회는 “전세사기·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정부 정책이 되려 비아파트 시장의 심각한 불안과 위축을 불러왔다”며 “이로 인해 보증금 미반환 사고 위험은 더 커지고 임차인들의 주거 사각지대 확대로 인해 주거안정까지 더욱 불안하게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지난 21일 정부가 2024년도 공시가격에 적용할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면서 공시가격은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인들은 주택가격 산정에 있어 현실화율이 낮은 공시가격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안을 활용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시세 변동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비아파트 주택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으로는 KB부동산 시세(시세추정 서비스 프롭테크 업체 ‘하우스머치’ 제공 시세),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 안심전세앱 시세 등이 있다. 이 중 안심전세앱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를 동일하게 연동해 제공하고 있다.
협회는 “이들이 제공하고 있는 시세는 통상 현실화율보다 다소 엄격히 책정하고 있어 아파트 유형 주택들이 KB부동산 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준용하는 것과 같이 이를 비아파트 주택가격 산정 기준으로 함에 큰 무리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가구주택, 단독주택, 다중주택 등이 속한 단독주택 유형의 경우 시세를 제공하지 않는 만큼 이에 대한 시세 추가, 감정평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HUG는 협회와 논의에서 “현실화율이 낮은 공시가격을 보증가입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 대한 불합리함에 대해 공감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너무나 다양한 비아파트 주택들의 개별적인 주택가격 산정을 위해 법률과 제도로써 평가의 전문영역을 맡는 감정평가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이른바 임대사업자라고 일컫는 등록주택임대사업자는 비아파트 장기일반임대 주택의 경우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있어 주택을 매도해 반환하고자 해도 등록 말소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임대의무기간 중 무단으로 임대주택을 매도 시 호별로 과태료를 3000만 원이나 부과하기 때문에 주택을 팔아서라도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며 “타의로 인한 ‘전세사기꾼’이 될 진퇴양난의 심각한 어려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비아파트 주택들의 합리적인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 불안과 불신이라는 안개부터 걷어내고, 비아파트 주거시장 정상화를 위해 시급히 적재적소에 필요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