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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70)-박인비·신지애·김효주의 분노 조절법은?

2015-08-12 10:3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70)-골프 최대의 적은 분노조절 장애

골프에서 평정은 최상의 덕목이지만 평정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
평정의 본질은 무엇인가. 시시각각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스스로 다스려 아무 일 없는 듯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냥 주어지는 평정이란 없다. 애초에 희로애락의 단서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인생살이에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자연 속에 파묻혀 음풍농월하며 지내는 사람도 겉으로만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일 뿐 그 마음속에서는 온갖 분란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화산에는 세 종류가 있다. 사화산, 활화산, 휴화산.
분출할 가능성이 없는 사화산은 사람으로 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활화산은 언제라도 분출할 수 있어 경계의 대상이다.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있지만 유사시
에 대비만 잘 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문제는 휴화산이다. 언젠가는 폭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폭발하기 전까지는 사화산이나 다름없어 경계를 소홀히 한다. 그래서 휴화산은 한번 폭발했다 하면 엄청난 피해를 안긴다.

감정의 동물인 인간은 필연적으로 가슴 속에 화산을 갖고 있다. 어떤 종류의 화산인가 하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화산을 품고 산다.
골퍼의 가슴엔 유난히 사나운 화산이 존재하는 것 같다.
비온 뒤 독버섯처럼 피어오른 희로애락의 감정에 휘둘려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가 하면 라운드 중에 골프채를 내던지거나 라운드를 하다 말고 골프백을 싸들고 골프장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목격한다.
‘골프란 20%가 기술이고 80%가 정신이 지배하는 운동이다.’라는 금언은 골프란 마음 또는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 돌부처 같은 박인비나 신지애 김효주 리디아 고 같은 평온한 얼굴에도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골퍼는 사화산이 될 자신이 없다면 위험한 휴화산보다는 작은 분출로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활화산이 되는 게 현명한 자세다./삽화=방민준
톱니바퀴 같은 일상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크고 작은 희로애락의 앙금이 쌓인 현대인에게 일반화하고 있는 분노조절 장애는 특히 골프에는 치명적이다.
현대인라면 누구나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다양한 분노의 감정이 쌓이게 마련인데 이것을 그때그때 슬기롭게 해소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화산이 폭발하듯 치명적 피해를 안긴다.

평정심을 잘 유지하며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골퍼라고 가슴 속에서 희로애락의 물결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노의 불길이 치솟을 때 더 큰 불길이 되기 전에 스스로 불을 끄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본래 상태로 돌아오는 훈련을 쌓아 실천하는 것이다.

평정 유지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안에서는 이를 제어하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돌부처 같은 박인비나 신지애 김효주 리디아 고 같은 평온한 얼굴에도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마치 호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백조의 발이 쉴 새 없이 움직이듯이.
수많은 대회를 치르면서 불편한 감정, 부정적 생각, 불쾌함, 터무니없는 실수에 대한 분노 등의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게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해소하고 흘려보내는 능력을 터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훈련이 안된 경우라면 억지로 이런 감정을 참고 누르려다 회복 불능의 대재앙을 맞기 쉽다. 프로선수들 중에도 분노에 휩싸여 한 홀에서 10여타 이상을 날려버리는가 하면 골프채를 연못에 집어던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퍼는 사화산인 척 하는 휴화산보다 요란하지 않는 활화산이 되는 게 낫다.
순간적으로 분노와 불쾌감을 누르고 숨길 수는 있지만 누적되면 제어불능 상태가 되어 대폭발을 일으켜 치명적 재앙을 겪는다.
차라리 그때그때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불길을 그대로 방출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큰 화를 방지할 수 있는 차선책이다.

이상적인 것은 마음에 성긴 그물을 두어 웬만한 불쾌감이나 분노는 물론 기쁨까지도 슬그머니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다.
조밀한 그물은 감정의 앙금을 가슴 속에 가둬두어 때가 되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언젠가는 분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긴 그물은 웬만한 감정의 출렁임은 그때그때 밖으로 흘려보내 폭발의 위험은 적다.
수시로 용암과 불꽃을 분출하는 하와이의 활화산은 대폭발을 일으킬 에너지가 쌓일 여지가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
사화산이 될 자신이 없다면 위험한 휴화산보다는 작은 분출로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는 활화산이 되는 게 현명한 골퍼의 자세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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