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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특집] 정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다시 뛴다

2015-08-14 09: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일제 강점으로부터의 해방, 1948년 건국, 1950년부터 3년간 펼쳐진 6·25 전쟁 등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판 삼아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왔다. 광복 이후 70년의 위대한 여정은 이승만 박정희 등 정치적 리더십과 위기를 슬기로 극복했던 국민 개인 각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지난 70년의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 속의 선진한국, 나아가 자유통일 달성을 위해 도약해야 할 시기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광복 기념 연속토론회의 마지막 순서로, 지난 70년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위대한 발자취를 짚어보고 ‘미래 도약’ 제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광복 70주년 기념 연속토론회 <6차> 위대한 여정 70년, 새로운 도약의 70년을 위한 제언’에서,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사회로 박범진 前 국회의원, 안용환 명지대 한국학연구소 교수, 김호연 단국대 예술디자인대학 교수, 김진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가 정치, 산업, 문화, 동포 각 분야의 발제를 맡았다. 아래 글은 박범진 前 국회의원(미래정책연구소 이사장)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정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국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치가 되어야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140여개 신생 독립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오늘의 한국을 건설한 우리 국민의 용기와 저력에 대해 전 세계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왔다. 일제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광복 이후, 지난 70년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여정이었음에 틀림없으나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의 여정은 그리 순탄한 길만은 아니었다.

첫째로 1948년 제정된 건국 제헌 헌법은 어느 선진국 헌법 못지않게 국민의 정치적 이상을 담은 훌륭한 헌법이었으나, 지금까지 9번이나 개정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의 입헌민주정치는 오랫동안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었다. 1952년 대통령 직선제 발췌 개헌안, 1954년 대통령 중임 철폐 4사 5입 개헌안, 1969년 대통령 3선 허용 개헌안은 모두 비민주적이고 변칙적인 방법으로 처리되어 커다란 정치파동을 겪었고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1972년 유신 쿠데타, 1980년 5.17 군사 쿠데타 등 3차례 쿠데타를 겪으면서는 아예 헌정이 중단되기도 했다. 1972년 유신 쿠데다 이후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7년간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 민주주의가 가장 후퇴했던 시기였다. 입헌민주정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대를 우리는 권위주의 시대라고 부르고 있고, 이 권위주의 시대는 1987년 민주시민혁명으로 민주주의가 회복되면서 극복될 수 있었다.

   
▲ 여야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은 영·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독과점 정치구조가 그 원인이다. 경제의 독과점 체제가 경제의 균형발전을 해치듯이 정치의 독과점 정치구조도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해친다고 봐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았듯이 국회를 다섯달이나 마비시키는 그런 민주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둘째로 참다운 민주주의는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에 의해 실현될 수 있지만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부패선거를 경험해 왔다. 오랜 권위주의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1987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에도 부패선거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1987년, 1992년, 1997년, 2002년 대통령 선거와 1988년, 1992년, 1996년, 2000년 국회의원 선거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엄청난 불법 정치자금으로 선거를 치른 부패선거였다. 1993년 대통령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금융 실명제’를 실시하여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차단하려했으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막지 못했다.

셋째로 오랜 권위주의 시대에는 선거 때마다 행정기관이 선거에 관여하는 관권선거가 공정한 선거를 불가능 하게 했다. 행정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관권선거는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던 대통령 선거 때 극에 달해 광범한 지역에서 통반장에게까지 불법 선거자금이 지급되어 선거운동에 통반장을 동원했다.

넷째로 오랜 권위주의 시대에는 집권 여당의 경우 불법 정치자금으로 당을 운영해 왔다. 과거 공화당의 경우 재정위원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책임을 맡았고, 민정당 때는 매달 사무총장이 청와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와 당을 운영했다. 1990년대 들어서서야 국고보조금 지급을 확대하고 후원회 제도가 도입되면서 불법 정치자금으로 집권당을 운영하던 관행은 해소되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사진 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7월 22일 국회에서 각각 열린 시도당위원장회의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다섯째로 정보기관이 정권의 하수기관이 되어 무소불위로 정치에 개입해 우리의 정상적인 정치발전을 크게 훼손했다. 정보기관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정치인에 대한 불법도·감청을 하기도 했다. 정치인에 대한 불법 도·감청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른바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불법 정치자금 관리를 정보기관에 맡겨 두었다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 여당 후보를 지원하는 데 쓰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민주정치를 얼룩지게 했던 헌정 중단, 부패선거, 금권선거, 정당부패 등 과거 고질적인 문제의 대부분은 이제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의 댓글 사건이 아직 마무리 되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해킹 프로그램 도입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문제는 워낙 국민의 머리 속에 깊이 박혀 있어, 정보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이 되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민주정치를 가장 오랫동안 훼손해 온 문제는 역시정치부패와 부패선거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2004년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정치관계법 개정, 즉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의 개정으로 제도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정치인의 의식과 행태는 아직도 완전히 변했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몇몇 국회의원들의 수뢰사건이 그 좋은 예이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3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개최한 ‘광복 70주년 기념 연속토론회 6차 위대한 여정 70년 새로운 도약의 70년을 위한 제언’ 전경./사진=미디어펜

우리가 국가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기할 수 있으려면, 우리 정치가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 정치에 일대 혁신이 있어야 한다.

첫째로 소모적 정쟁만 일삼는 우리 정치가 생산적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 여야의 정치적 대립은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심하고 미국보다도 심하다. 극심한 여야 대립으로 인한 정치의 비효율성은 우리의 국가능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래서는 우리는 새로운 도약을 기할 수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5%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 수준이면 우리 정치는 국민들로부터 파문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은 영·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독과점 정치구조가 그 원인이다. 경제의 독과점 체제가 경제의 균형발전을 해치듯이 정치의 독과점 정치구조도 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해친다고 봐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았듯이 국회를 다섯달이나 마비시키는 그런 민주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소모적 정쟁을 막으려면 여야 양당의 독과점 정치구조를 타파하고 다당제로 나아가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가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던 때는 13대 국회 4당체제때였다. 4당체제때는 어느 특정 정당이 몽니를 부릴 수 없었다. 우리가 다당제로 나아가려면 먼저 소선거구 위주의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2대 1 비율의 소선거구 권역별 비례대표제 선거개혁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난 20년을 돌이켜 보면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열망이 대통령 선거 때 4번이나 나타났었다. 1992년 정주영 현상, 1997년 이인제 현상, 2002년 정몽준 현상, 2012년 안철수 현상이 그것이다. 이들 현상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국민의 그러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 이들 현상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할 수 있었다면 오늘의 우리 정치는 그 모습이 훨씬 달라져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국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이른바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의 독소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상임위원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다수결 원칙을 무시한 독소 조항으로, 이 조항으로 인해 여당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갖지 못하는 한 한 건의 의안도 제대로 처리를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이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고 있다.

셋째로 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공직 후보자 공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지금까지 시행해 온 중앙당 공천제도는 당권을 장악한 세력이 공천을 좌지우지하여 파벌정치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과거 야당의 경우에는 공직 후보 자리가 매관매직의 대상이 되어 정치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 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사회로 박범진 前 국회의원, 안용환 명지대 한국학연구소 교수, 김호연 단국대 예술디자인대학 교수, 김진규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가 정치, 산업, 문화, 동포 각 분야의 발제를 맡았다./사진=미디어펜

파벌정치를 혁파하려면 중 아당 공천제도를 폐지하고 당원과 국민이 공직 후보자를 뽑는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선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공천제도를 바꿀 경우 신인의 정치권 진입이 어려워진다는 폐단이 있을 수 있으나, 그 폐단보다는 긍정적 기여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오픈 프라이어리 방식으로 공천제도를 바꿀 경우 국회의원들이 더 이상 중앙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의정활동을 할 수 있어 소모적인 정쟁을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공천제도를 바꿀 경우 도전자인 신인들의 정치활동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미국처럼 선거운동 제한기간 없이 선거운동을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

넷째로 지구당을 폐지하고 당원협의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당의 지역 조직은, 사실상 지구당과 같은 기능을 편법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차라리 지구당을 부활하여 정당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정당정치를 하면서 지구당을 없앤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봐야한다. 지구당을 부활할 경우 정치비용이 증가할 것이므로 지구당 후원회도 부활시켜야 할 것이다.

다섯째로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력집중을 막고 지방에 행정 권력을 대폭 이양하여 지역의 자율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자방분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은 현행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하면서 행정권만 대폭 이양하는 방식과 아예 연방제 방식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분권형 개헌을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국회의원들이 정부 각료로 정부에 들어가 정부도 좌지우지해 보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력만 강화하려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국가적 도약을 기하려면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지방에 대폭 넘겨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공기업의 지방 이전만으로는 지역균형 발전을 기할 수 없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연방제 방식의 분권형 개헌을 검토해볼만 하다. /박범진 前 국회의원, 미래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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