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새민련 “비례 증원, 지역구 축소”라지만 여론과 ‘먼 거리’

2015-08-18 17:57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둔 여야간 선거제도 논란의 중심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역주의 완화와 사표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정수 증가라는 ‘결과’를 들어 반대해 왔다.

새민련은 앞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369명(혁신위원회), 나아가 390명(이종걸 원내대표)까지 늘리자는 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에 따라 새민련은 현행 의원 정수 유지를 전제로 권역 비례제를 도입하자는 쪽으로 당론을 정한 상태다. 새민련은 의원 수 늘리기라는 비난은 면했지만 여당의 거센 반대와 제도의 실현가능성 논란에 직면해 있다.

새민련은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연동형’ 권역 비례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구 비례에 따라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의석을 배분하고 권역마다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할당한 뒤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새민련은 특히 비례대표 의석과 지역구 의석 수의 비율을 2:1로 맞추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현행 지역구 246석, 비례 54석에서 지역구 축소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비례 의석은 69석 늘어난 123석이 돼야한다. 이는 지난달 26일 혁신위가 발표한 안과 일치한다.

반면 의원 수를 늘리지 않으면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을 맞추기 위해 지역구 46석을 줄이고 비례대표로 돌려야 한다. 의원 증원을 포기한 새민련은 이 안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지역 증원·비례 축소’, 29%가 ‘현행 유지’에 찬성한 반면 ‘지역 축소·비례 증원’을 지지하는 의견은 16%에 그쳤다. 이달 초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례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은 17.7%에 불과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지난해 10월 표의 등가성 침해를 이유로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1에서 2:1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판단함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는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의 인구 수가 가장 적은 곳의 2배를 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의원들은 지역구 의석을 260석 안팎으로 늘려야 한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동형’ 도입을 위해서는 46석보다도 더 많은 의석을 줄여야하는 셈이지만 지역구 축소에 찬성하는 의원은 드물다.

이밖에 권역 비례제가 단순히 선거구 인구에 따라 구획을 나눈다는 점에서 농·어촌 등 하한 인구 미달로 통폐합 대상이 되는 지역구민과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외면하듯 야당은 ‘지역주의 완화’와 ‘사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여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보고서를 들어 ‘여당이 기득권 지키기만 고집하고 있다’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의원정수 유지 공감 외에 진척된 사항이 없어 18일부터 재개된 정개특위 활동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 앞서 의원정수 390명 확대를 주장한 바 있는 이종걸 새민련 원내대표가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제 소신이기도 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연동형)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는 불투명한 공천과정,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 행보 등으로 비판대상이 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한편 비례대표제 자체도 부정적인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김무성 여당 대표는 방미 중이던 지난 1일 의원 정수 유지를 위해 지역구 의석이 증가할 시 비례대표를 축소할 뜻을 밝혔다. 안효대 정책위 부의장은 6일 단계적인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했다.

야당의 조경태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장사, 계파정치의 수단이자 도구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공천헌금을 내고 당선된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한 사례는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신에게 직을 준 당 지도부와 공천권을 행사한 의원들에게 소신 있는 정치행위와 발언을 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의 비례대표는 지역구 출마의 발판으로 악용되고 있는 등 (전문성·직능 대표성) 등 비례대표 고유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여당의 손인춘·양창영 의원 정도를 제외한 여야 비례대표 대다수가 지역구 출마 행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대리기사 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김현 의원은 경기 안산시 단원갑 출마를 선언했다. 전남 순천 출마를 공식화한 김광진 의원도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사건 조기 폭로 및 군 당국 비난 행보로 공직자로서의 자질 논란을 빚었다. 그는 2012년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현안과 무관한 ‘문재인 대통령’ 론을 꺼내기도 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가의 원수(怨讐)”라고 발언,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장하나 의원도 서울 노원갑 출마를 준비 중이다.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과거 19대 총선 당시 옛 통진당 내에서 이석기·김재연 전 의원 등이 부정경선으로 비례대표에 당선된 것도 불투명한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낳은 결과로 꼽힌다.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