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노동조합에 고가의 전용 차량 리스비와 주거비 등을 제공하는 등 노조 운영비를 부당하게 원조하거나 근로시간 면제 한도 시간·인원을 초과하는 등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불법 운영한 공공·민간기업 109곳이 적발됐다.
기획 근로감독 위법사항 적발 현황./사진=고용부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및 운영비원조 기획 근로감독' 결과, 점검사업장 202개소 중 109개소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위반 등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노사 공동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동조합 활동(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 유지·관리업무)에 대해 유급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노사는 고용부 장관이 고시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면제 수준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번 감독은 사용자가 불법 운영비원조 등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거나 노동조합 간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둘러싼 갈등 사례가 지속됨에 따라 불법행위에 대응하고, 노사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위법 의심사업장 등 20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고용부는 적발 사항에 대해 사업주가 시정 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 등 엄정 대응하고, 공공부문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위법·부당한 관행이 신속히 시정되도록 조치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법사업장 109개소 중 94개소(86.2%)가 시정을 완료했고, 나머지 15개소(13.8%)는 시정 중이다. 공공부문은 48개소 중 46개소(95.8%), 민간기업은 61개소 중 48개소(78.7%)가 시정을 완료했다. 공공부문에서 미시정인 2개소 중 1개소는 관련 내용 고발 건으로 수사 중이며, 1개소는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위해 노동위 의결요청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정 조치가 완료된 사업장 사례를 보면, 면제 한도 시간·인원을 초과하고 위법한 단체협약을 맺은 A 공공기관은 근로시간 면제자 이외 노조 간부 전체 31명의 유급조합 활동을 매주 7시간씩 인정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노사가 합의해 삭제했다.
면제 한도 인원을 초과한 B 지방공기업은 근로시간 면제자를 법정한도 내로 8명에서 3명으로 변경하고, 근로시간면제 인원을 초과하는 관련 단체협약 규정을 개정했다.
C 사는 제네시스 등 노조 전용 승용차 10대의 연간 렌트비 약 1억7000만 원과 유지비 약 7000만 원을 노조에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차량 9대 렌트비와 유지 비용을 노조가 부담하고 1대를 사측에 반납하는 등 위법사항을 노사가 합의해 시정했다.
고용부는 시정 중인 사업장 시정 여부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시정에 불응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다. 향후 시정 완료 사업장 점검 시 위법사항이 재적발될 경우 즉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민간 사업장을 중심으로 위반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업종과 10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지속 확대한다.
이성희 차관은 "정부는 노사법치를 통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과 함께 법치 토대 위에 대화와 타협이 통하는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라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현장 전반 법치확립을 위해 임금체불, 중대재해,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근로감독 강화 등 엄정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양대 노총은 "고용부의 기획 감독은 노조 때리기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근로시간 면제제도 기획감독 결과 발표는 일부 사례를 부풀려 노조를 부정부패세력으로 매도하고, 사용자에게 노조탄압 방법을 제시하는 '노조탄압 매뉴얼'"이라며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ILO 기본협약 제87호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일정시간 이상 노동조합활동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근로시간 면제제도는 애초에 노조 자주성 침해하는 제도이며, 이를 과도하게 적용하는 것은 헌법과 노조법 지향을 훼손하며 오히려 '노사법치'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법치를 지향한다면 노동현장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고 단속해야 한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뜯어고치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노조 자주성을 보장하고 노사법치주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규탄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