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이번 북한의 도발은 이례적이다. 연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실시 중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위해 해외의 미군 수만 명까지 한반도에 투입된 상황에서 도발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동안 공언한대로 대북 방송용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해 두 차례에 걸쳐 고사총 한 발, 76.2㎜ 직사포 세 발을 쏘았다. 쉽게 말하면 정면대응이 아니라 우리 측의 의지를 떠보기 위해 시험을 한 성격이 짙다.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의도적으로 휴전선 일대에서 저강도 도발을 통해 긴장을 조성하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완전무장한 전시 상태’ 선포는 도발의 강도를 서서히 높여가겠다는 뜻이고, 시한을 정해 우리 측에게 ‘대북 방송 중단’을 요구하면서 겁박하고 나선 것은, 국내에 암약 중인 이적·친북(利敵)·종북·좌익·좌파 세력들의 궐기 및 평화공세를 촉발시켜 반정부·친북한 활동에 나서라는 메시지의 발신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혁명무력’ 뿐만 아니라 남한에도 거대한 협조 시스템을 견고하게 구축해 놓았다. 또 인터넷 공간에서 여론 조성을 위해 리얼 타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이버 부대까지 확고하게 갖추고 있다. 이들의 존재야말로 돈 한 푼 안들이고 남한 내에서 혁명적 내전을 일으켜 스스로의 힘을 소진시키도록 만들 수 있는 스마트 무기다.
우리 軍을 향한 매도·비판·공격 쏟아져
▲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3군 사령부를 방문,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김정은의 이번 대북 방송 방해를 위한 포격 도발은 확성기 파괴가 목적이 아니라 국내 반정부 세력들의 궐기를 위한 목적 하에 자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국내의 이적·친북·종북·좌익·좌파 세력들은 우리 군이 북한이 발사한 포탄의 실체를 정밀하게 확인한 후 30여 발 대응 포격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자 예상했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5·24 조치 해제’ 주장에 이어 “정부가 조건 없는 고위급 접촉을 북한에 제안할 것을 제안”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안정적인 상황관리를 위해 추가 포격이나 확전 자제”를 요구했다.
언론들은 ‘늑장에, 원점타격도 못한 남(南) …우리 군(軍) 비아냥거리는 인민군’(문화일보), ‘군, 1시간 만에 DMZ 대응사격…미온대응 논란’(SBS), ‘71분 지나 대응 포격…원점타격도 없었다’(조선일보) 등등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군의 대응사격이 늦었느니, 원점을 타격하지도 못한 미온대응이라느니 목소리를 높여 우리 군을 매도·비판·공격하고 나섰다.
155마일 휴전선 상에서 고사포 포탄과 직사포 몇 발이 날아와 어딘가에 떨어졌다. 이것을 순식간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군이 보유한 ‘아서(ARTHUR)-K’라는 이름의 대(對)포병 추적 레이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포탄이 철책 이남에 떨어진 사실을 확인한 뒤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고 피해 여부를 조사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이성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전술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의 포 진지를 직접 타격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우리를 조준사격하지 않고 일부러 목표물을 피해 포를 쏘았듯이 우리도 비슷한 강도로 겁을 주는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합리적인 지휘보고라인을 거쳐 결정된 후 원점을 직접 타격하지 않고 겁만 주는 방식으로 DMZ 500m 인근에 대응 포격을 했다.
북한은 ‘악의 축’ 깡패국가이지만 대한민국은 엄연한 법치국가다. 우리 영토 내에 포탄이 날아왔다면 그것을 찾아내 확인한 후 북한의 도발로 인한 것이 명백하다는 증거가 확보된 후 대응을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에는 과거 연평해전처럼 우리 측을 향해 조준사격을 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의지를 떠보기 위해 포를 발사한 것이다. 때문에 이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재산상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명확한 증거 채집도 안 된 상황에서 ‘눈에는 누, 이에는 이’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그러나 이러한 이성적·과학적 판단은 그들에겐 관심사항이 아니다. 북이 도발을 했으면, 도발한 주체를 비판하는 것이 정상인데, 국내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은 우리 정부와 군에 공격의 초점을 겨누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저들의 의도와 수순대로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 사안이 워낙 엄중하고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이성을 잃은 듯한 도발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고립무원의 김정은 정권의 마구잡이 식 대응이 나타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폭침에 대한 보복으로 전개된 5·24 대북 제재조치를 박근혜 정부가 변함없이 고수함으로써 북한은 남한에서 제공되던 금강산 관광비용 등을 비롯하여 모든 자금줄이 말라버렸다. 덕분에 김정일은 통치비자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북한 상층부에 공급하던 모든 혜택들이 동결됐다.
덕분에 체제 유지와 상층부의 충성심 강화에 현저한 균열이 발생하면서 ‘사이코 패스’ 성향의 김정은은 장성택, 현영철 등 최고위층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등 중세 시대의 폭군으로 돌변해 버렸다.
▲ 군사분계선 일대에 설치된 대북확성기./사진=KBS 캡처 |
그런데 대북 첩보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은 현재 북중 국경지역에 배치했던 경무장을 한 기존의 국방경비여단에서 최신무기로 무장한 정규군단으로 교체하여 중국과의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경제 여건 악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급선무다. 그런데 그 동안 혈맹 관계였던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행동을 계속하자 이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할 수는 없게 된 상황이다.
중국은 ‘북핵(北核) 불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지난 8월 20일, 북한 간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김정은이 측근 간부들 앞에서 ‘중국×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똑바로 알게 해주겠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 보수 우파 세력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抗日)전쟁·반(反) 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키로 한 것은 격랑이 일고 있는 동북아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중국 전승절 참석의 후폭풍
중국과 북한은 1950년 6·25 이래 혈맹 관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혈맹 관계에 금이 가기시작하더니 급기야 국경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야기될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은 물론 열병식까지 참관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을 한미 관계로 치환해보면 매우 도식적이긴 하지만 한미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이 미국 독립기념일에 한국의 대통령은 초청하지 않고,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여 군사 퍼레이드까지 참관하는 것이 된다. 만약 이렇게 진행될 경우 한국이 택할 입장은 무엇일까?
김정은으로서는 이판사판이 되어버렸다. 자신들의 혈맹이었던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함으로써 대한민국과 급속하게 가까워질 경우 북한은 고립이 더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고, 기댈 언덕이 사라진 셈이 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예측불허의 청년 지도자 김정은의 등장으로 동북아의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었다. 믿었던 우방 중국은 혈맹 관계였던 북한 지도자를 버리고 한 시절 적이 되어 싸웠던 대한민국 대통령을 전승절 행사에 초청했다.
북한 내부는 김정은의 처형 정치로 인해 누구도 제 목이 언제 달아날지 모른다. 통치 비자금의 금고도 텅 비었고, 주변 측근 누구하나 신뢰하기가 겁나는 상황이다. 해마다 천재지변의 반복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사회주의 배급 통제 시스템은 이미 무너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횡행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남한에 등장한 고집 센 여성 대통령은 쉽게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5·24 대북 제재조치’를 끈질기게 고수하고 있고, 당장 남북 대화에 나서고자 해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북핵(北核) 폐기’와 대남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
김정은은 지금 해는 저무는 데 갈 길은 멀고, 마땅히 이슬 피할 거처나마 찾기 힘든 난감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반복해서 북한 급변설을 언급하고 있다.
이쯤 되면 독자들도 뭔가 느끼시는 게 있는가. 비록 멀리서나마 희미하게 통일의 숨소리가 다가오고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김정은이 아무리 전군 완전무장과 전시상태를 외치고 미사일을 쏴대고 핵실험을 한다 해도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미치광이처럼 홀로 막을 수는 없다. 핵무기는 공포의 무기이지만 권총처럼 함부로 뽑아서 마구잡이로 쏠 수는 없다.
천리 제방도 개미구멍 하나로 무너진다. 지금 김정은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자충수를 두었다. 이제는 수를 물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믿을 것이라곤 국내의 친북 이적세력 뿐이다. 김정은의 거듭된 도발과 망언은 우리에게 ‘내부의 적’들과의 전쟁을 시작하라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또 한 가지 교훈이 있다. 대북 방송과 대북 전단이 저들의 치명적인 약점이란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병법 전문가 손자(孫子)는 전쟁의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승산 없는 싸움을 해서는 안 되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바로 대북 방송과 대북 전단이다. 이런 무기를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자 대통령이 나서서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경고를 했다. 말로만 경고한 게 아니라 북한이 게릴라를 침투시키거나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면 철저히 보복공격을 감행했다.
<대대장>, <연대장>의 저자이자 6·25의 영웅 고(故) 이병형 장군(초대 전쟁기념관장)은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언제나 강력한 보복공격을 하여 공산당의 기를 꺾었다고 한다. 김일성이 수 차례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이유는 박 대통령에게 철저하게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병형 장군이 5군단장 시절, 금화 지역에서 인민군이 무반동총으로 우리 대북 방송용 스피커를 공격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 이병형 장군은 보복공격을 지시, 휴전 이후 처음으로 155㎜ 포 400여 발을 인민군 진지에 퍼부어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북한을 상대할 때는 전쟁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가 북한과의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이긴다는 보장이 있어야 국민은 정부를 신뢰한다. 아울러 ‘내부의 적(敵)’들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보다 훨씬 위험하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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