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1일 <노동개혁 왜 지금 해야 하나>를 주제로 2015년 하반기 핵심과제인 노동개혁의 필요성과 올바른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심층 분석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최완진 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사항 중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입법과제”라며 “여야는 각자의 손익계산서를 토대로 내년 총선에서의 표심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국가 대계를 위한 노동개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최 교수는 “노동개혁은 기득권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일자리를 노조투쟁의 볼모로 잡힌 상황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정부에 보다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아래 글은 최완진 교수의 노동개현 관련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 주] |
1. 한국 경제는 지금 저성장·고실업 구조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고 금년에는, 3% 성장도 쉽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가다보면 일본형 장기 불황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의 경제 현실은 고용불안이 증가되어, 영세 자영업자만 늘어나고 특히 청년실업은 10.2%로 급등하여 청년 실업자가 44만5천명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잠재실업자의 숫자는 67만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모두 합한 체감실업자는 112만1천명, 체감실업률은 21.8%에 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청년 경제활동인구 434만7천 명 중 약 20%는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은 졸업, 취업, 결혼, 출산, 등 평범한 인생 경로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었고 ‘3포세대(연애·결혼·출산포기)’, ‘5포세대(연애·결혼· 출산·취업·주택포기)’에서 최근에는 ‘7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희망포기)’, ‘9포세대(연애·결혼·출산·취업·주택·인간관계·희망·외모·건강포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쟁강화포럼 노동개혁 세미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러한 4대 부문(노동, 공공, 금융, 교육)의 구조개혁 중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4. 청년고용절벽, 장년고용불안, 격차문제해결을 통해 일자리의 양을 늘리고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동시장의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중심으로 기본적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➀ 세대 간 상생고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임금체계개편을 통하여 청년 고용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시급한 대책으로서 취업난이 심각한 인문계 전공자를 위한 취업 촉진 방향을 마련하고 효율적 해외 취업강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➁ 원·하청 상생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원청의 하청기업근로 자 근로조건 개선 노력을 유도하여 상생협력기금(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목적으로 상생협력기금의 출연시 출연금의 7% 세액 공제를 통한 세제지원)과 근로 복지기금(원청이 하청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또는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하여 하청 기업·협력업체 근로자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경우 세제 및 재정 지원)을 마련하여 예산 과 세제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➂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상생 촉진을 위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기간제 사내 하도급 근로자 및 특수 형태업무종사자 보호 강화를 위한 고용형태 별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다수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의 차별적 처우 등에 대한 지도 점검을 실시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장려를 위한 지원금을 본격 지원하여 정규직 전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➃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여야 한다.
5. 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및 공익단체가 참여하여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데, 현재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구조개선의 원칙·방향에 대한 기본 합의(2014. 12. 23.) 이후 100여 차례 논의를 통해 의견접근을 시도하였으나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되고 말았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합의 주의에 입각하여 모든 것을 결정하고자 하였지만 출범하자마자 노동시장을 경직시키고 구조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역할 밖에 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민노총은 1998년에 노사정위원회에 잠시 나왔다가 줄곧 불참하였고, 한국노총은 2014년에 처음 참여하였지만 지난 4월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한국노총은 8 월18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를 개최하여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확정하려 했으나 일부 노조원이 회의장을 점거해 버려 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고 오는 8월 26일 중집위를 열 예정이지만, 대화 재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속·화학노련등은 ‘취업 규칙 변경 조건 완화’와 ‘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제정’ 등에 대해 “정규직을 손쉽게 해 고하는 등 사용자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노사정위 복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이 8월 26일 중집위를 통해 대회 재개를 결정하더라도 저(低)성과자 해고 등 고용유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노동개혁의 취지는 크게 후퇴할 것이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개혁과 노동시장 선진화는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희망을 국가에는 미래경쟁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하며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
또한 SK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 2개년 프로젝트를 통해 2만4000명에게 기회를 제공하는데 구체적으로는 ①SK 고용 디딤돌로 4000명 ➁청년 비상 프로그램 2만 명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즉 SK는 고용 디딤돌로 매년 2000명을 뽑아 협력 업체 맞춤형 직무교육과 인턴십을 진행한다. 선발된 인재는 SK그룹에서 2~3개월 직무교육, 협력업체에서 3~4개월간의 인턴십을 거치게 된다. 교육과 인턴기간 중 150만원의 급여와 교육비는 SK그룹이 지급한다.
청년 비상 프로그램은 3단계로 운영된다. 먼저 수도권, 대전·충청권의 25개 대학과 공동으로 설립한 창업지원센터에서 매년 1만 명씩 2년간 2만 명의 청년들에게 창업교육과 컨설팅, 창업 인큐베이팅을 지원한다. 한화그룹도 2017년까지 1만7569개의 청년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 올해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2771명 늘린 5729명을 채용하고, 2016년 5140명, 2017년 6700명 등 지속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매년 1000명 이상의 청년을 새로 고용할 계획이고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 도입 방침을 발표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0.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7월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 고 했지만 실제 노동개혁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노총을 노사정 위에 끌어들이려는 노력만 기울일 것이 아니라 이제는 보다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노동개혁은 기득권을 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처럼 한 번 채용하면 내보내지 못하고 그래서 정규채용이 아니라 기간제만 늘리는 경직적인 노동 시장에서는 고용율을 높일 뾰족한 방법이 없다. 정부는 일자리를 노조투쟁의 볼모로 잡힌 상태에서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노사정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면 독자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